산골마을로 간 부부화가, 전시회 열다

      입력 : 2017.11.12 14:16 | 수정 : 2017.11.12 15:15

      김광옥 작 '산내리 가는 길'
      내달 30일까지 함평 잠월미술관
      김광옥·임혜숙씨 부부화가전
      광주광역시=권경안 기자

      광주(光州)의 관문 광주송정역에서 25㎞. 잠월미술관이 있는 곳까지 자동차로 30분이면 족하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에 자리잡고 있다.

      병풍에 둘러싸인 듯하면서도 탁 트인 공간을 보니, 산내(山內)리란 이름 이상의 것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밭에 갤러리는 가로로 쭉뻗었고, 갤러리 가운데는 달 모양을 하여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이 산골미술관에서 부부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주인들이다. ‘냉이와 현동의 산내리 가는 길’전시회다. 지난 4일 시작된 전시회는 오는 12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광주의 중등학교에서 예술과 인생을 가르치는 김광옥(현동)·임혜숙(냉이)씨에겐 각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10여년전 이 산골에 미술관을 짓고 많은 전시회를 가졌지만, 부부만의 오롯한 전시회는 없어서 더욱 그랬을까.

      김광옥씨가 그린 ‘산내리 가는 길’ 수묵담채화는 푸근하다. 비온 뒤 맑은 연초록빛이 마치 눈앞인 듯하다. 여느 산골마을 풍경과 다를 바 없는 듯 하지만, 아담한 산등성이와 그 아래 감도는 운무, 청초(靑草)와 흰 두루미가 모두 어울려 정감이 물씬 묻어나는 풍경화이다. 맑고 푸른 감성과 인정을 베푸는 듯 하다.

      그림에다 글솜씨까지 갖춘 임혜숙씨는 이 그림에 어울리는 시를 지었다.

      신해선 구불구불 돌아 길 하나 있네/나즈막한 구릉 아래 한가로이 소 떼 다니는 곳/뒷집 기산할매 문장 장에 다녀오다 산기를 느껴/빈집에서 몸을 풀고 얻은 딸내미 이름을/길에서 얻어 길님이라 지었다는 그 길/…/산골 화가의 붓질 아래/모락 모락 밥짓는 연기 피어나는 그길/산내리 가는 길이 거기 있네(‘산내리 가는 길’)

      김광옥씨의 수묵담채화는 사계절을 담았다. 영산강과 남해의 곳곳을 정감있게 포착했다. 검붉은 파도를 보면서는 ‘침묵’을 그려냈다. 꽃피고 바람불고 비오는 모습은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받아들이는 작가의 심경을 짐작케 했다.

      오랜 동안 불교의 세계에 발을 디뎌온 임혜숙씨는 연꽃과 보리수, 꽃무릇, 참파꽃, 들꽃의 풍경을 미세하게 잡아냈다. 꽃을 통해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이 미술관은 시골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었고 학교였다. 부부는 4년동안 ‘청춘학당’을 열었다. 까막눈으로 평생을 살아왔던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글눈을 떴고, 급기야는 가슴속에 묻어왔던 사연과 이야기들을 종이에 옮길 수 있었다. ‘산내리 청춘학당’이라는 두 권의 시집이 나왔다. 미술관 동네에는 기산할매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게 했던 부부였다. 할머니들이 ‘좋은 생각’ 등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과 기쁨을 느꼈다고 부부는 말한다.

      전남대 미술교육과에서 선후배로 만난 이들은 한국화를 배우며 야외스케치도 함께 떠나며 마음 설레던 때를 보냈다. 김광옥씨는 잠시 서울의 교단에 섰다가 광주로 돌아왔고, 둘은 재형저축 120만원이 전 재산이던 시절 결혼했다. “가난했지만 꿈과 희망이 넘쳤다”고 했다.

      장남은 ‘맥주도감’ ‘맥주탐구생활’이라는 책을 낸 일러스트레이터로 부부의 자질을 이어받았다. 둘째는 경찰대를 졸업한 간부로 성장중이고, 셋째는 대입을 문턱에 두고 있다. 아직도 미술관 지은 비용을 갚고 있지만 “진짜 4부자”라며 웃는다.
      김광옥, 임혜숙씨는 대학 시절 만나 이제 결혼 30년째를 맞았다. 전남 함평에 지은 잠월미술관에서 부부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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