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워싱턴 싱크탱크 한국파트, CIA 분석관들이 꽉잡았다

    입력 : 2017.11.11 03:01

    브루킹스 박정현, CSIS 수미 테리, 헤리티지재단 클링너까지 3인방
    미국 국익 관련 국제현안을 골라 '대통령 일일보고' 쓰던 전문가들
    북핵문제 불확실성 높은 상황서 비밀정보 다뤄본 경험·필력 강점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들이 워싱턴 3대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 그룹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2007년 합류한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에 이어 지난 9월 진보 성향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에 선임된 박정현 박사, 그리고 지난 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 연구원이 된 수미 테리 박사도 모두 CIA 분석관 출신이다. 클링너와 테리는 미국 언론과 의회 청문회 등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북한 전문가들로 북한 도발이 있는 날엔 하루 종일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요즘처럼 북핵 문제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 CIA 분석관 출신들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기밀 분류된 민감한 정보를 다뤄봤기 때문에 북한 실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백악관과 함께 일해봐서 정책 결정 과정의 맥을 잡아낼 줄 아는 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CIA 분석관들은 '대통령 일일 보고(PDB:President's Daily Brief)'를 쓰는 사람들이다. 국가정보국(DNI)이 이끄는 16개 정보기관 중 CIA는 국제 문제를 담당한다. PDB는 하루 평균 6~7건의 국제 현안을 다룬다. 북한이든 중국이든 해당 시점에서 미국의 관심과 대응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선정된다. 대통령 취향에 따라 보고서 스타일도 달라진다.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 용어를 빼고 그래픽과 사진을 많이 넣은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CIA 분석관 출신 한국 전문가들
    대통령 브리핑 전담 요원이 있지만 심층 보고를 위해서는 이 분석관들이 직접 백악관으로 가기도 한다. 전직 CIA 분석관들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는 인적 정보를 포함해 정찰 위성사진, 대사관과 국방부 보고서 등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한다. 아이디어가 좋아야 대통령에게 올라갈 보고서로 채택되기 때문에 분석관들 사이에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필력도 뛰어나야 한다. 형식은 아주 간략하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일은 왜 미국에 왜 중요한가'를 정리하는 것이다. 대통령 일일 보고는 제목이 생명이다. 신문 제목처럼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야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PDB가 2001년 9·11 테러 직전에 나왔던 '빈 라덴은 미국 내에서 (테러) 공격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제목의 보고서였다. CIA는 이 보고서를 통해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다'고 주장했고,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팀은 '확실한 경고는 아니었다'며 논란을 벌였다.

    한 전직 CIA 분석관은 "핵심 현안을 잡아내고 분석해 빠른 속도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CIA 분석관이 일하는 방식은 신문기자나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밀 분류된 자료를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그 보고서의 독자가 미국 대통령이란 점이 큰 차이"라고 했다. 공개된 과거 대통령 일일 보고를 보면 '대통령에게만(For the President Only)'이라고 표시돼 있다.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터프츠대 박사, 박정현 석좌는 컬럼비아대 박사이다. 테리 박사 경력을 보면 "정보 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영예로운 일로 평가받는 PDB 작성을 기록적으로 많이 했다"고 소개돼 있다. 브루킹스의 박정현 박사도 "PDB를 포함해 수백편의 정보 평가서를 썼다"고 한다. 분석관들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진 않는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CIA 분석가들은 분석만 할 뿐 정책 처방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미 테리 박사도 "CIA에 있을 때는 북한 행동과 의도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분석을 제공해 민주당 정부든 공화당 정부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에 들어오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 정보기관 출신들은 이전에도 꾸준히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이나 존 메릴 박사 등은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에서 일했고,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 대표도 CIA와 DNI에서 활동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