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교 독주에… 외교부, 말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입력 : 2017.11.11 03:01

    韓·美정상 만찬 메뉴 독도새우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는 배제
    외교차관 "일본의 항의 예상 못해"

    정상회담 발표문 속 '인도·태평양'
    정부의 오락가락 해명 놓고도 외교가에선 "사전 상의했어야"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외교부와 충분한 상의 없이 일을 처리해 외교부가 곤란을 겪은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7일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 독도새우를 내놓는 계획을 결정하기 전, 외교부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처음 외교부가 받아 미국 측에 통보한 메뉴에는 '잡채'라고만 적혀 있었지 '독도새우'가 들어간다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대일 외교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미국과도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가 배제된 셈이다. 이와 관련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일본의 항의를 사전에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이런 메뉴가 화제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외교적 고려 없이 준비한 것인가'란 질문에도 임 차관은 "네"라고 말했다.

    8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 들어간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개념에 대해 9일 청와대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도 하나의 사례다. 이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인도네시아에 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시작됐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함께, 외교 문서에 반영된 표현을 청와대가 바로 다음 날 부정하면 외교적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날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새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름 수습을 해본 것이지만, 이 브리핑 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다시 "(인도·태평양 구상에) 우리는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외교 소식통은 "전문가가 아니면 정상회담 결과 문서의 외교적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다"면서도 "적어도 발언 전에 안보실이나 외교부에 상의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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