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음식 우파' 트럼프를 공략하는 방식

    입력 : 2017.11.11 03:04

    "새로운 것 기피" 트럼프에게 日은 '초딩 입맛'에 맞춰주고
    우리는 '한국의 맛' 전시해… 독도 새우 논란은 의도한 것?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귀한 버섯을 보니 일본에서 먹은 맑은 버섯탕이 떠올랐다. 일본 책에서 시킨 대로, 밥솥을 '보온'에 맞춰 밤새 다시마를 우려낸 후 소금으로 간해 끓였다. 간담췌(간·쓸개·췌장)까지 맑아지는 듯한 향기와 맛. '정녕 이것을 내가 만들었단 말인가.' 하지만 식탁에 앉은 식구는 '국이 싱겁다'고 했다. 향을 느끼는 맑은 국이라고 자상하게 일러줬다. 그는 잠자코 깍두기 접시를 들어 국물째 국에 들이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남자와 식성이 비슷하다. 트럼프는 웰던(well-done) 스테이크에 케첩을 양념으로 치고, 미트로프와 프라이드 치킨, 빅맥 햄버거를 즐긴다. 다 바짝 익힌 고기인데, 본인은 '세균 공포'가 있다고 했다. 포브스지는 '초딩 입맛(childlike immaturity)'이라고 표현했다. 유기농, 식재료를 중시하는 '음식 좌파', 포만감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음식 우파', 이 방식으로 분류하면 트럼프는 확실한 '음식 우파'다.

    언론들은 트럼프가 당선 직후 방문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의 일화를 주목한다. 아내가 한국계 혼혈인 장 조지는 세계적 요리사들이 그렇듯, 스테이크나 파스타보다는 재주 부린 복잡한 요리를 좋아한다. 트럼프가 여기서 "나를 위해 특별한 걸 만들어 달라"고 했다. 메시지는 이렇게 해석됐다. "네가 잘하는 복잡한(complicated) 음식 말고, 내가 좋아하는 단순한 요리를 내놓으란 말이야." 트럼프 식성을 분석한 글의 결론은 대개 비슷하다. 트럼프는 메뉴를 바꾸지 않는다,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새로운 것과 변화를 싫어한다.

    1월 20일 취임 후, 트럼프는 사우디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독일·프랑스·일본·한국 그리고 현재 방문 중인 베트남까지 15국에서 밥을 먹었다. 첫 방문국 사우디에서는 전통 음식 옆에 조용히 웰던 스테이크와 케첩을 준비해뒀다. 절충이었다.

    일본은 '옜다, 초딩 입맛' 전략을 썼다. 점심은 골프장으로 수제 햄버거를 공수했고, 다음 날 저녁은 유명한 와규 스테이크집에 데려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왔을 때는 미쉐린 별 셋인 긴자의 초밥집에 데려갔다. 취향 저격이다.

    청와대 식단에는 공이 많이 들어갔다. 궁핍한 시대를 상징하는 곡물 죽에다, 가자미 구이, 갈비구이, 새우 등이 들어간 잡채와 송이 돌솥밥…. 청와대 측은 김정숙 여사가 손수 깎아 말린 곶감과 호두로 만든 '호두 곶감 쌈'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찻상에 올렸다고 했다(대개 한두 달 이상 말린 감을 이렇게 쓰는데, 청와대 처마에 걸린 곶감은 참 빨리도 마른다).

    밥 한 끼 별거 아니다. 정상 외교에서 '음식'이 그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는가다.

    트럼프에게 고기 편식이 나쁘다고 가르치고 싶었던 건가? 성공이다. 식단은 그가 좋아하는 고기 비중이 매우 낮았다.

    세계 언론에 '한식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던 건가? 사진으로 본 음식은 아름다웠다.

    한국은 영토 사랑이 뜨거운 나라라는 인식을 심고 싶었을까? 그것도 성공이다. '도화 새우'라 하면 더 적확할 것을 굳이 '독도 새우'라고 이름을 붙여 '독도는 우리 땅'을 강조했다. 그걸 왜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금 강조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싶었던가? 역시 성공이다. 일본은 납북자 가족을,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를 모셨다. 일본은 북한에 대고, 한국은 일본에 대고 얘기할 것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시위했다. '일본과 한국의 식민 근성'이라고 표현한 이도 있다. 시위대에 막혀 국빈이 탄 차를 역주행시키는 나라가 다른 쪽에선 그에게 '만능 해결사' 노릇을 요구했다. 음식이 어쨌건, 한국이 참으로 복잡한 나라라고 인식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게 우리의 노림수였다면 정말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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