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전자발찌 차고도 성폭행, 영원히 '사회격리' 왜 안되나

    입력 : 2017.11.12 06:55

    2010년 3월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 CCTV를 통해 본 조두순의 수감 모습. /뉴시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10일 현재 40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08년 등교하던 초등학교 1학년 나영이(가명)를 끔찍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그는 고작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다. 청원 내용은 “조두순을 재심 다시 해서 무기징역으로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가 출소 후 다른 아이들을 노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크게 작용했다.

    당연히 조두순에 대한 재심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을 뒤집는 제도로 사유가 증거위조나 진범이 나타난 경우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형량이 낮다’고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다.

    형기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다시 격리할 수는 없을까. 과거 사회보호법은 출소 후에도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은 청송보호감호소에 최장 7년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재수감과 다를 바 없어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2005년 폐지됐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폐지를 주도했다.

    2015년 법무부가 ‘보호수용제’입법을 추진했었다. 대상 범죄를 살인, 아동성폭행 등 흉악범으로 한정해 징역 3년 이상을 선고할 경우 최장 7년까지 보호수용을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습적인 강력범죄, 특히 아동성폭행에 대한 재범방지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재범 숫자는 2011년 236명에서 2015년 41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전자발찌로는 역부족이고, 일정 기간의 분리수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부 추진한 ‘보호수용제’도 무산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국가인권위 등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입법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학계, 인권단체, 야당이 모두 나서 반대했다”고 했다. ‘이중처벌’논란을 불렀던 사회보호법의 부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호수용은 사회 안전을 위해 대상자를 분리수용하는 ‘보안처분’이다. 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형벌과 달리 상당부분 자유도 주어진다. 법안에서도 1인 1실에 전화통화도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노역에 대해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지급하도록 했다.

    수용기간으로만 보면 몇몇 외국이 오히려 더 강력하다. 독일, 스위스는 시한을 정하지 않고 영구적으로도 격리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아동성폭행에 대한 형 선고 자체가 수십년에 달해 그 자체로 사회격리 효과가 난다.

    최근 뒤늦게 조두순을 사회에서 격리하려는 입법이 도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인권’을 이유로 보호수용제를 반대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조두순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형벌불소급’ 원칙 때문이다. 행위 당시의 법을 적용해 처벌해야지 뒤늦게 법을 만들어 적용할 수는 없다. 특정 장소에 수용하는 것은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형벌’로 간주된다. 조두순을 보호소 등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책 없는 ‘강력범 사회격리’
    대안으로 ‘거주지제한’법률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호수 수용보다 신체의 자유를 덜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주지를 어디로 제한할지, 거주지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지가 또 문제가 된다.
    ‘조두순 표적입법’이 어렵다면 ‘제2의 조두순’을 막기 위해 보호수용 입법이라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낮은 형량을 긴 전자발찌 착용기간으로 보완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재범방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동성폭행 사건의 양형기준상 권고기준이 8~12년인데, 전자발찌 착용 기간은 10~20년에 이른다. 그렇지만 전자발찌를 차고 재범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50대 남성도 그랬다. 그는 이번에도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을 받았다. 한 검사는 “전자발찌 20년 대신 보호수용 20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현재의 교도행정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2년이 조두순의 죄질에 비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형기(刑期)지만 그 자체가 짧은 기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의 출소를 모두가 막으려 하는 지금의 상황은 교도행정에 대해 아무 기대도 안한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감기간 동안 범죄자가 개선·교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단순히 분리수용하는 데서 나아가 교도행정 본래의 기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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