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新 황조가

    입력 : 2017.11.11 03:01

    [마감날 문득]

    마흔 살 넘은 후배 A는 미혼이다. 10년 전쯤 그는 만날 때마다 "여자 좀 소개해 달라"고 졸랐었다. 성화를 못 이겨 소개해 준 적도 몇 번 있지만 잘된 적은 없다. A는 5년 전쯤부터 이렇게 말했다. "난 결혼 안 해요. 형, 난 결혼이란 제도가 싫어. 결혼이 지금처럼 이데올로기적 위상을 갖기 전에는 말이죠, 그저 부모가 맺어주는 의식에 불과했어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입학시켜주는 것과 비슷했다고. 남녀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이라는 절차를 통해 혼인관계를 맺고, 이를테면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주민등록등본에 오르는 형식을 갖춘 건 정말 최근의 일이라고요."

    A는 요즘 이렇게 말한다. "형, 쟤네 봐요. 좋아 죽잖아. 저것들도 결혼을 생각하겠지. 남녀가 서로 좋아 죽을 수는 있지만 왜 그 결말이 결혼이어야 돼? 이상하지 않아요? 아 참, 형도 결혼했지? 형은 왜 결혼했어요? 역시 그런 거야? 형도 얼마 되지 않은 그런 이상한 제도를 따르기로 한 거냐고." 나는 조용히 답하곤 했다. "술 따라라."

    얼마 전 A를 만나 술을 마셨다. 나는 결혼 반대론자도 아니고 결혼 지상주의자도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A를 만날 때면 또 그놈의 '결혼 무용론'을 듣게 될까 조바심이 났다. 다행히도 A는 모든 것에 초탈했는지 더 이상 결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아무개하고 거시기하고 이혼할 것 같대. 형, 내가 뭐랬어. 걔들 안 될 거라고 했잖아.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하여튼 말 안 듣더니만. 아이고, 축하할 일도 아니지만 뭐 그렇다고 통곡할 것도 아니고." 그는 남 얘기를 하면서 교묘하게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우리 테이블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한 쌍의 꾀꼬리처럼 얼굴을 맞대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A가 '황조가(黃鳥歌)'를 읊기 시작했다. "편편황조(翩翩黃鳥)여, 자웅상의(雌雄相依)로구나(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A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어서 읊었다.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구워서 먹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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