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성향 간파한 한·중·일…'환심사기' 화려한 의전 통했다"

    입력 : 2017.11.10 13:59

    9일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의장대의 사열 받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신화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한 한·중·일 3국이 화려한 의전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파악하고 극진히 대접했으며, 이 작전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각) ‘아시아 지도자들이 레드카펫을 깔았고, 트럼프는 좋아했다’(Asian leaders roll out the red carpet for Trump — and he loves it) 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간의 아첨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텐안먼 광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전세계가 보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또 없을 것”이라며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대에 화답하듯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정책 방향을 변경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만찬장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EPA=연합뉴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유린한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자회견에서 “자국민을 위해 다른 국가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나라를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전임 정부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자금성을 열어 전통 경극 공연을 펼치고, 두 시간에 걸친 환영 만찬을 베푼지 하루도 안 돼 이 같은 태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그 배경과 화려한 의전이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전을 제공한 것은 중국 뿐만이 아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장으로 쓰일 골프 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한국은 미국 방송사들의 ‘프라임타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수 있도록 국회의사당을 내줬다고 WP는 언급했다.

    WP는 한·중·일 3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힌트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숙소 외벽에 빔 프로젝트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쏘아 비추는 등 마치 국왕을 모시듯 대접했다.

    사우디 방문 전에는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사우디의 카타르 봉쇄 조치나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반대파 숙청 작업에 대해 침묵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요청에 따라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사절하고 “중국이 여전히 미국을 유린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무시한 것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화려한 행사와 칭찬만 있을 뿐 미국에 실질적 이득이 될 새로운 거래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WP는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줬던 중국에 대한 분노가 이번 순방에선 초청국을 기쁘게 하려는 욕심 뒤로 밀려났다”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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