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한다고 동의한 적 없다"

    입력 : 2017.11.10 03:13

    ["美전략, 참여 안해"→"동의 안해"→"더 협의"… 靑 하루 세번 해명]

    트럼프 떠나자마자… 정상회담 공동발표 놓고 엇박자
    문정인 "트럼프 연설, 북한을 완전히 악마화"… WSJ "文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친구"

    미국 무기 한국 판매 문제도
    靑 "핵잠·최첨단 정찰기 협의" 美는 "대잠 항공기 정도 논의"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발표 하루 만에 결과를 두고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으로 제시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Indo-Pacific)' 개념에 대해, 청와대가 9일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날 이례적으로 하루 세 번이나 이 문제에 대해 설명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 동행 중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인도·퍼시픽(태평양) 라인이라고 해서 일본·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그런 외교적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발표된 한·미 공동언론발표문 1항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어(主語)였지만, 한국이 동의 않는다는 내용도 없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현지에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우리 문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이) 사실상 처음 듣는 개념이고 저희는 합의문에서 빠지기로 했던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고 우리는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계속 추진해 왔던 문제고 현 국제 정세,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안 자체가 갑작스럽다"고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지난달 16일 아시아 순방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새 아시아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됐고,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달 30일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략에 일본이 관련된 것은 사실이다. 2007년 인도 전문가가 일본과의 협력을 논하며 처음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제시했고, 아베 총리도 그해 인도 의회에서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후 미국·일본·인도·호주처럼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우려하는 국가 간 유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구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지금 이 개념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의 정책이 됐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관여한 개념이라고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이날 저녁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다시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 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 정도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한·미가 정상회담 성과로 홍보한 미국 무기의 한국 판매 문제에서도 온도 차가 감지됐다.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부분도 있고, 최첨단 정찰자산이 포함돼 있다"며 "2가지는 향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E-8 조인트스타스 지상정찰기,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의 도입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9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두 분(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얘기하셨다"며 "F-35 전투기는 주문이 완료됐고, 우리는 아파치 헬리콥터나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등 2가지를 한국이 구입하기를 원한다. 앞으로 얘기될 것은 대잠 항공기라고 할 수 있는 P8 항공기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무기들은 지난 정권에서부터 구입 얘기가 진행되던 것들이다.

    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각) '한국이 베이징에 고개를 숙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문 대통령의 행동은 그가 믿을 수 없는(unreliable) 친구란 점을 보여준다'며 '문 대통령은 더 넓은 지역에서 미국 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MD)에 대한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했다.

    반면 국내 여권(與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통일뉴스' 창간 17주년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은 북한을 완전히 악마화하는 것, 핵과 인권 문제를 동시에 내세워 북한을 더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위한 문제 타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가 악당 체제라든가, 북한 사회가 지옥이라든가 등등 많은 비난을 했다"고 했고, 같은 당 이수혁 의원은 "북미 접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도 있다"고 했다.

    ☞美의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이 새롭게 제시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관련 핵심 전략.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이란 개념 대신, 인도까지 포함해 해양 세력이 중국을 에워싸는 형태로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견제한다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인도 측에서 일본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지난 2007년 처음 쓴 용어다. 중국에서는 '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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