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록처럼 경쾌하죠"

    입력 : 2017.11.10 03:02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적벽가 협연, '국악계 아이돌' 소리꾼 김준수

    떠는 음과 꺾는 음. 남도 판소리에서 '시김새'라 부르는 소리다. 삭힘새에서 온 말로 피를 석 동이는 쏟아야 하는 득음(得音)의 경지라고들 했다. 음을 굴리거나 흘려서 붓글씨의 농담(濃淡)처럼 앞·뒤·중간에 변화가 있는 음. 그 천변만화한 목놀림을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가 곧잘 따라 하니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그때 부른 노래가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도라지타령)였어요. 담임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했는데 느낌을 잘 살렸대요. 학교 대표로 국악동요대회에 나갔다가 중학생 누나가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처음 들었죠. '그래, 저거야!'"

    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난 소리꾼 김준수(26)는 "팔자소관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목청껏 동요 '싸름'을 부르던 소년이 국악동요대회에서 돌아오자마자 판소리에 투신했다는 것이다.

    김준수는 “소리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도 잘하고 인간미도 갖춘 사람이 돼서,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판소리를 알게 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준수는 “소리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도 잘하고 인간미도 갖춘 사람이 돼서,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판소리를 알게 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대중음악에 아이돌 그룹 JYJ의 김준수가 있다면, 국악에는 소리꾼 김준수가 있다. 명창 박초월에게서 내려온 '수궁가'를 이수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스물둘 최연소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전통 판소리극을 뮤지컬처럼 변형한 창극(唱劇)에서 '춘향이 온다'의 이몽룡부터 '트로이의 여인들'의 헬레네까지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곱상한 이목구비와 애절한 표현력, 상창(높은 소리)과 하창(낮은 소리)을 겸비해 공연마다 팬클럽 '준수한 소리'를 몰고 다닌다. 지난해 여름 Mnet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한 동영상은 25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악계 아이돌'이란 별명을 안겼다.

    이번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섯 작곡가가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김준수는 '적벽가'의 협연자다. 작곡가 이지수가 호른, 베이스트롬본, 더블베이스 등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또 내년 초 KBS에서 방영될 뮤지컬 드라마 '조선미인별전'에도 부잣집 호색한 김생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판소리의 매력을 좀 더 많은 대중, 특히 10~20대 젊은 층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국악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고도 했다. "'춘향가'의 암행어사 출두 장면을 보면 단전에서 뽑아 올린 발성이 록 음악처럼 가슴을 뚫어줘요. 흥보가 휘모리장단에 맞춰 박 타는 대목은 신나는 랩이 따로 없죠." 김준수는 "내가 걷는 소리 길은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3월엔 국립극장에서 '수궁가' 완창에도 도전한다. "소리꾼에게 판소리 완창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저의 소리 바닥을 가늠할 수 있어 두렵고도 설렙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섯 판소리=17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