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발 하라리

    입력 : 2017.11.10 03:02

    [books 레터]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북섹션에서 배우 톰 행크스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이런 질문과 대답이 있더군요. "최근에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은?" 행크스의 대답은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의 '사피엔스'. "페이지 페이지마다 두뇌를 자극하고 밀도 높은 사유를 하게 만든다"는 이유였습니다. 다음에 읽을 책을 묻는 질문에도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꼽았더군요.

    올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질문을 기억합니다.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역사학도가 인류의 기원과 미래라는 '빅히스토리'에 주목한 까닭은 무엇이었나. 그는 질문을 질문으로 받았죠. "나는 늘 궁금했다. 인간은 왜 고통받는가. A는 행복한데 B는 왜 불행한가. 자본주의는 왜 승리했는가."

    인터뷰의 매력은 질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은 인터뷰 대상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사유를 확장하죠.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이끌어낸다는 오래된 격언의 존재 이유일 겁니다.

    '북클럽 오리진' 전병근 큐레이터의 인터뷰집 '지식의 표정'(마음산책 刊)을 읽었습니다. 번역가·소설가·뇌과학자·진화생물학자 등 12명과의 질문과 대답인데 그중에 유발 하라리도 있습니다. 매력적인 질문과 대답이 많은데, 이 질문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호모데우스'와 '사피엔스'는 둘 다 인류의 거대한 이야기인데, 일반 독자에게도 쉽게 읽힌다. 당신의 글쓰기 비결은."

    하라리의 대답은 "내 독자를 지적인 10대로 상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뇌과학 같은 복잡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자문(自問)한다고 합니다. '17세 청소년이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 자본주의에 대한 내 강의를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그 주제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반성한다는 것이었죠. 결국 모든 생각의 뿌리에는 질문이 있습니다. 하라리를 교집합으로, 인터뷰라는 형식의 매력을 새삼 실감합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