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쓰고도… "흉물" 소리까지 들은 서울시 축제

    입력 : 2017.11.09 03:03

    올해 60건, 365일 중 324일 열려
    빛초롱축제, 볼거리 없어
    김장축제 김장독엔 "대변 같아"
    특색 없어 "낭비" 평가 듣기도

    서울에서는 올해 축제가 60건 열렸다. 일수로 따지면 365일 중 324일간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민간 축제까지 합하면 서울에서 한 해 열리는 축제가 수백 건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축제 예산은 201억1800만원이다. 축제 수십 건을 수백억원 들여 열지만 높아진 시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오후 7시쯤 서울 청계광장은 서울빛초롱축제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 5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친구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대학생 심유택(23)씨는 "30분쯤 걷다가 재미가 없어서 중간 계단으로 빠져나왔다"며 "비좁은 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볼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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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지름 30m, 높이 9m인 대형 에어돔‘서울김장간’이 설치됐다. 서울김장간 등 시설물을 빌리고 무대를 설치하는 데 1억7000만원이 들었다. 에어돔 앞에선 참가자 4700여 명이 김치 120)을 담갔다. /오종찬 기자
    3일부터 19일까지 17일간 청계광장~관수교 구간에서 열리는 빛초롱축제는 서울시가 내세우는 '대표 축제' 중 하나다. 2009년 '서울 등(燈) 축제'로 시작해 올해 9회를 맞았다. 예산을 매년 약 11억원 들였다. 올해는 외부 후원까지 받아 총 15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등불이 비추는 청계천 야경을 감상하러 많은 시민이 찾는다. 그러나 전시 환경이나 작품 수준에 대해서는 시민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청계천 길 1.3㎞에 전시된 등 43개 중 서울을 대표할 만한 작품은 강동구·도봉구 등 자치구에서 만든 네 작품과 광장시장 가게를 본떠 만든 등밖에 없었다. 이 구간의 주제는 '서울,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지만 광장시장 작품에 이어서 듀라셀 건전지를 멘 토끼가 나오는 등 연관성 없는 작품이 이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축제에 참여한 대학생 김연지(22)씨는 "지난해 축제 사진에는 궁이나 행렬을 본뜬 작품에서 전통적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올해는 수준 낮은 것이 많아 실망했다"고 했다. 안남일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축제 관람객의 체류 시간이 짧다면 유입시킬 요소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라면서 "불꽃 축제는 스토리가 하나 있어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데 등불 축제는 일관된 콘셉트가 없이 이것저것 모아두기만 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LED 조명을 활용한 작품도 지난해 3점에서 올해 15점으로 늘었다. LED 조명등을 지나는 관람객들 사이에선 "눈부셔서 볼 수가 없다" "한국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는 "올해 외부 후원이 늘어 LED 등으로 전시 수준을 높였다"고 했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박연호(24)씨는 "LED 등은 빛이 강해 형체가 잘 안 보이고 사진에 예쁘게 담기지도 않는다. 한지로 만든 등이 더 한국적이어서 좋다"고 했다.

    이처럼 전문성이 떨어지는 축제는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이 축제 37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을 받은 축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대개 80~70점대로 대동소이한 축제의 나열이었다. 뚜렷한 대표 축제 없이 '도토리 키재기'식 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주최한 축제 중 서울드럼페스티벌이 83점으로 1위였으며 김장문화축제가 76.6점으로 하위권이었다.

    지난해 시민 불만이 많았던 김장문화제는 지난 3~5일 서울광장에서 다시 열렸다. 서울광장 한쪽에는 장독대를 본떠 지름 30m, 높이 9m의 대형 에어돔 시설물 '서울김장간'이 설치됐다. 안에서는 김치 전시가 열렸다. 김장간과 부속물 설치에만도 1억7000만원이 들었다. 주변을 지나는 시민은 "거대한 대변인 줄 알았다" "광장 한가운데 설치하기에는 흉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추·마늘 등 김치 재료 모형을 넣어 놓은 대형 풀장과 김치를 주제로 한 연극은 "다른 축제의 비슷한 프로그램에 김치만 끼워놓은 격"이라는 평이다. 아이와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주부 박연선(35)씨는 "풀장에서 놀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김치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짧은 기간 축제 수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수십년간 노하우를 쌓아 온 해외 축제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관광이 침체된 시기에 축제가 지역 소비를 일으킬 수 있도록 양질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특색이 부족한 지역 축제가 급격히 늘면서 축제가 '낭비'라는 부정적 인식까지 생기는 상황이다. 매년 축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축제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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