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전사자 유해 발굴 나가면… "남의 땅에 왜 삽질이냐"

    입력 : 2017.11.09 03:10 | 수정 : 2017.11.09 15:13

    [유해발굴감식단 동행 르포]

    매장지 소유주·지역 주민들 "산 헤집어 놓으면 어떡하나" 반발
    전사자 예우 인식 부족한 현실

    - 못 찾은 6·25 전사자 유해 12만구
    MB정부 84억원 넘던 예산, 올해 34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사업 축소 될라 유족들 걱정… 미국은 작년 1250억원 지원

    지난 7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의 한 야산 능선.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중공군과 국군·연합군 간에 벌어졌던 '임진강 전투'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두개골과 엉덩이, 팔 부위로 추정되는 뼛조각 두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국방부 산하 유해발굴감식단이 발굴한 국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해다. 지난달 16일부터 이 산에 묻힌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 중이다. 배대장(39)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발굴3팀장은 "부서진 유해를 보면 전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 수 있다. 두개골이 부서진 건 총기 개머리판에 맞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실종된 국군 전사자는 약 13만명. 이들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유해발굴단의 임무다. 2006년에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을 모델로 유해발굴감식단이 처음 생겼다. 현재까지 국군 전사자 9875명의 유해를 발굴, 이 중 12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결코 만만찮은 일이다.

    7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의 한 야산에서 국방부 산하 유해발굴감식단의 단원들이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7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의 한 야산에서 국방부 산하 유해발굴감식단의 단원들이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 사업은 2000년 6·25 50주년을 맞아 시작돼 현재까지 9875명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 중 12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진한 기자
    발굴 현장 인근 주민들이 '산을 왜 헤집어 놓느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사유지"라며 반대하기도 한다. 소유주 반대에 삽 한번 못 뜰 때도 있다. 발굴과장인 신필순(51) 중령은 "국군 전사자를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해도 주민들이 '우리한테 무슨 이득이 있냐'며 발굴 자체를 하지 말라면 허탈하다"고 했다.

    이날 야산 중턱을 향해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병사 125여명이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130m 정도 구간은 6m씩 나뉘어 흰색 줄이 쳐져 있었다. 6m당 병사 30명이 붙어 산 정상까지 훑어 올라가듯 땅을 파내고 있었다. 한 병사가 한 삽에 7~10㎝ 깊이로 조금씩 흙을 덜어냈다. 이 병사는 "땅속 유해는 영양분이 빠져나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유해가 다치지 않도록 두부 모를 자르듯이 조심스레 파내야 한다"고 했다. 한 번 발굴하는 데 병사 100~130여명이 동원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예산
    유골이 발견되면 국유단 소속 고고학자들이 붓으로 흙을 털고 유골 상태를 점검한다. 이후 발견된 유해에 대해 현장에서 약식 제례(祭禮)를 올려준 뒤 현충원 중앙감식소로 옮긴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 주로 3월부터 11월까지 집중적으로 발굴한다. 유해발굴감식단 발굴과 박정효(40) 상사는 "강원도 산간 지방은 지뢰 묻힌 곳도 많고 대부분 6·25 접전지는 산을 2시간이나 올라가야 할 만큼 험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해발굴감식단 지원 예산은 매년 감소세다. 2011년 최대 84억2000만원에 달했던 예산이 2014년 57억5000만원, 2015년 50억5000만원, 2016년 36억5000만원, 올해는 34억4000만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미국 DPAA의 2016년 연간 예산 1억1000만달러(약 125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이학기(55) 유해발굴감식단장은 "홍보비가 많이 깎이고 출장비도 수년째 동결"이라면서 "'국군 전사자에 대한 예우가 안보의 기초'란 인식이 강한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사업에 대한 관심이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해 발굴 과정은 땅을 파내기 전후 과정이 중요하다. 유해 매장지를 탐색하고 DNA 대조를 위해 유족을 찾아다니는 데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홍보비가 줄다 보니 유해 발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떨어져, 발굴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6·25 실종자 유족들은 애가 탄다.

    국유단이 힘을 내는 건 유족들의 애달픈 응원 때문이다. 1950년 5형제 중 두 살 터울의 넷째 형을 6·25전쟁 터에서 잃은 김일곤씨는 벌써 60여년을 기다렸다. 김씨는 "다른 형님 다 돌아가시고 나만 남았는데 내 나이도 벌써 84세"라면서 "죽기 전 형님 유골이라도 보고 싶다. 유해발굴단을 지원하는 것이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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