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 대신 '아티스트'라 불러주세요

    입력 : 2017.11.09 03:03

    7년만에 돌아온 '빌리 엘리어트'
    열한 살 빌리역 천우진 등 5명, 1년 6개월간 하루 6시간씩 연습

    "'1대 빌리'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관객 앞에서 제대로 동작을 해낼 때의 성취감은 정말 대단하니까요. '인생'이란 단어를 꺼낼 나이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무대로 만들고 싶어요."

    천우진(13)·김현준(12)·성지환(11)·심현서(10)·에릭 테일러(10)는 7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열한 살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간다는 동명(同名)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오는 28일부터 내년 5월 7일까지 서울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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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지(맨 오른쪽) 발레 마스터의 지시에 맞춰 뮤지컬‘빌리 엘리어트’의 대표 포즈인‘빌리 점프’를 선보이고 있는 천우진·심현서·성지환·에릭 테일러·김현준(왼쪽부터). /김지호 기자
    부모님이 '빌리 엘리어트' 열성팬이라 지원한 아이부터 춤이 좋아 도전한 아이 등 이유는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최고의 빌리'가 돼 무대를 날아오르는 것. 200여 명 지원자 중 발탁돼 1년 6개월여 매일 6시간 연습한 이들은 "'아역'을 넘어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하이라이트인 '일렉트리시티' 장면 중에 '자유를 얻어'라는 노랫말이 있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죠. 그 순간 정말 자유를 느껴요."(성지환)

    다섯 명의 실력은 이미 소문 나 있었다. 천우진은 탭댄스 단원으로 일본 무대에도 선 경험이 있다. 김현준은 스트리트 댄스 전국무용콩쿠르 최우수상 수상자. 성지환은 태권도 시범단 출신으로 여러 방송에 등장했고, 심현서는 유치원 때부터 각종 발레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에릭 테일러는 광고 모델 출신이다. 서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우진이는 턴이 완벽하고, 에릭은 연기가 최고죠. 현준은 제자리 회전(푸에테)을 제일 잘하고요."

    발레 마스터 신현지(42)씨가 이들을 '아빠 미소'를 머금고 바라봤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7년 전 '1대 성인 빌리' 역을 맡은 주인공. 아이들은 좋아하는 장면 이야기를 하다가 "이게 다 현지쌤(선생님) 덕분"이라는 말을 추임새처럼 했다. 신현지 마스터는 "이전 공연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설명을 쉽게 해줄 수 있는 것 같다"며 "다섯 명 모두 감각이 뛰어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아이들의 노력도 타고난 감각 못지않다. 현서는 탭댄스를 연습하느라 동네 놀이터 정자를 닳도록 디뎠단다. 춤을 춰본 적 없는 에릭은 길을 걸어가면서도 온갖 춤을 춘다. 현준은 스트레스도 춤으로 푼다. "동작이 안 되면 처음엔 펑펑 울었는데 극에 나오는 앵그리 댄스를 연습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태권도 고수(高手)인 지환은 "태권도 품새와 발레 동작들이 닮은 게 많아 신기하다"고 했다. "태권도 발차기는 발레의 그랑 바트망(다리를 높이 들어 근육 탄력성을 높이는 것)과 정말 비슷해요."

    가수, 무용수, 뮤지컬 배우 등 꿈이 많은 아이들은 "하늘을 나는 '드림발레' 장면처럼 무대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초코우유를 빨대로 쪽쪽거리던 아이들은 '진짜 꿈'도 고백했다. "영화에서처럼 공중에서 다리를 벌린 채 높이 떠 있고 싶어요." "성인 빌리 형처럼 멋진 허벅지 근육을 갖고 싶어요." 웃음이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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