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회 연설 35분중 24분 北 체제 비판… '美·北 타협설' 일축

    입력 : 2017.11.08 15:29 | 수정 : 2017.11.08 16:13

    '장사꾼 트럼프'와 협상해 핵보유국 인정 받으려는 北에 "착각 말라"
    대북 제재 미온적인 中·러시아 겨냥, '北 인권'으로 국제 여론전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당초보다 크게 늘어난 35분간의 연설에서 24분을 북한 체제 비판에 할애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의 3분의2 정도를 할애해 북한 김정은 독재 체제를 규탄했다.

    35분의 연설 동안 북한의 내부 인권 탄압과 끝없는 남침 야욕, 국가 경제의 파탄, 핵 개발과 국제사회를 향한 거짓말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합하면 총 24분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군사 위협에 대해 늘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단순히 '북핵'을 넘어 북한의 인권 문제 등 체제 전체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이렇게 정색하고 따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연설 중 "지금의 북한은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는 식의 공격적 표현도 등장했지만, 트럼프는 주로 북한의 인권 참상과 계속된 테러 등을 객관적 사실과 구체적 수치를 동원해 조목조목 짚었다.

    한국 국회 연설에서 단순히 '북핵'을 넘어 '북한 체제'를 집중 비판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분석된다.

    우선 북한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한반도 안팎에선 '미국이 북의 장거리미사일 등 미 본토 위협의 해제를 반대급부로 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거나 한국을 건너뛴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 미·북 평화협정 등을 맺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북한이 가장 바라는 구도이기도 하다.

    특히 '손익 계산에 철저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복잡한 북핵· 한반도 안보 문제에 관여하기를 꺼리며 미 국민의 이익에만 집중할 것'이란 예측 속에 이런 '미·북 직접 거래설' 의혹이 짙어진 측면도 크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등 '미국을 향한 손짓'에 부쩍 몰두해온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날 "북이 미국을 유약하다고 여긴다면 큰 오산" "한국은 미국이 피로 지킨 땅이다" "미국을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는 강력한 표현으로 이런 의혹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북한 체제는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그와 타협할 수 없다' '비핵화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뜻을 한국과 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는 당초 이런 메시지를 이날 오전 북한과 가장 가까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내놓으려 했지만 이것이 무산되자, 국회 연설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북한 체제 비판'은 대북 국제 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가 APEC 정상회담 등에서 시진핑·푸틴 등 중·러 정상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본격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에는 반대하지만 '핵 개발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는 진영 간 군사 대결 논리에 동조하면서, 제재 속에서도 밀무역 등으로 북한 체제를 지탱시켜주는 최대 기여자로 꼽힌다. 이에 트럼프는 북한 문제가 단순히 진영간 군사·안보 대결이 아닌, 인류 보편의 이슈인 '인권'과 '도덕'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과 러시아 등 책임있는 국가는 북한 체제를 그대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더 이상 북한을 변호하지 말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한 것이어서, 이들 국가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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