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은 시대 담은 드라마… 슈베르트의 고민 들어 보실래요?"

    입력 : 2017.11.08 03:02

    '독일 가곡의 밤' 여는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반주

    "요즘 성악가들 독주회 프로그램을 보면 세미 클래식부터 팝까지 경계가 모호해요. 장벽을 허무는 셈이지만, 크로스오버가 트렌드라고 해서 저도 TV에 나가 유행가를 부를 순 없죠. 유럽 본토의 삶과 문화가 묻어나는 음악을 제대로 들려 드리고 싶어요."

    성악에서 가장 낮은 음을 부르는 베이스는 '별'이 되기 어렵다. 연광철(52)은 예외다. 1996년 바그너 음악의 성지(聖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단역 야경꾼으로 데뷔한 이래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발퀴레' '라인의 황금'을 거쳐 '파르지팔' 주역 구르네만츠로 활약한 바그너 전문 가수. 심도 깊은 해석과 정확한 발음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빈 국립오페라 등 정상급 무대의 베이스로 공인받았다.

    짬이 나면 연광철은 어깨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간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꽃, 지나가는 풍경을 담아요.”
    짬이 나면 연광철은 어깨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간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꽃, 지나가는 풍경을 담아요.” /이태경 기자

    그가 오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일가곡(Lied·리트)으로 겨울밤을 적신다. 슈베르트의 '봄날에'와 브람스 '숲속의 적막', 볼프 '미켈란젤로의 시에 의한 세 개의 가곡'까지 모두 열여덟 곡을 부른다. 2009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나 2011년 슈만 '시인의 사랑'처럼 국내 청중에게 친숙한 가곡으로 꾸민 무대는 종종 열었지만, '리트'만을 엄선해 꾸민 연주회는 드물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반주를 맡은 점도 눈에 띈다.

    성악가에게 가곡은 기본기 중의 기본기. 지난주 서울 익선동에서 만난 연광철은 "가곡을 들으면 그 시대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드라마처럼 볼 수 있다"면서 "180년 전 오선보와 연필 한 자루가 전부였던 슈베르트가 투덜댔던 불만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일급 베이스로 인정받은 비결도 기본을 익히려는 노력에 있다. 충북 충주의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등·하굣길에 고개를 넘으며 '새마을 노래' '조국 찬가'를 쉬지 않고 불렀다. 1993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 입단해 단역부터 시작했다. 2m에 육박하는 유럽 성악가들 사이에 서면 171㎝에 불과한 자신의 신체는 기껏해야 그들의 팔꿈치에 닿을 정도였다고 했다. 10㎝짜리 키높이 구두를 신어봤지만, 무릎을 펴고 걷기 힘들었다. 결국 구두를 벗어 던지고 동료들에게 자신의 주위 3m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결국 성악가에게 제일 중요한 건 목소리. 그보다 먼저 들어간 선배와 동료는 떠나고, 그는 살아남았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되, 고개는 쳐들고 넓은 세상을 바라봤던 게 비결"이라고 했다.

    "고마운 일입니다. 메트도, 스칼라도, 빈도 출연자 입구로 들어가 무대에 먼저 섰지 객석에 앉아서 '아, 나도 해보고 싶다' 갈망하지 않았어요. 참 재밌어요. 그래도 이런 자부심이 있습니다. 성악가로서 차근차근 준비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쟁취한 거라고."

    연광철은 "내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난번보다 더 나은 공연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파바로티나 도밍고도 40대 후반이 돼서야 유명해졌어요. 근데 지금은 30대 초반에 톱가수가 못 되면 절망하죠. 설익은 생각이에요. 진정한 마이스터가 되려면 15년, 20년도 긴 게 아니에요."

    연광철&김선욱 독일가곡의 밤=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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