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혀 아닌 腦로 맛본다

    입력 : 2017.11.08 03:01

    '미식물리학' 개척하는 옥스퍼드大 찰스 스펜스 교수

    찰스 스펜스
    "화이트와인에 색소를 첨가해 붉은 와인처럼 바꾸면 전문가들조차 레드와인 맛이 난다고 하지요. 진저(생강) 비스킷을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거친 접시에 담아내면 더 맵게 느낍니다. 딸기 무스를 검은 접시와 흰 접시에 담아냈더니 실험자의 10%가 흰 접시에 담긴 딸기 무스가 '더 달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찰스 스펜스(S pence·사진) 교수는 음식을 맛볼 때 오감(五感)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실험·분석하는 정신물리학자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즉 미식(美食)물리학이라 명명했다. 지난 3~4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아시아푸드스터디콘퍼런스·한국식생활문화학회 공동주최 학술대회에 참석한 스펜스 교수는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본다"며 "시각·청각·후각·촉각이 음식 맛에 미치는 영향이 미각(味覺)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펜스 교수는 "음식을 가장 먼저 맛보는 기관은 눈"이라고 했다. "2013년 영국 제과업체 캐드버리가 '데어리밀크(Dairy Milk)' 초콜릿 바의 모서리만 둥글게 깎았는데도 '맛이 바뀌었다'며 엄청난 항의를 받았죠. 인간의 뇌는 음료를 빨간색으로 물들이면 달게, 초록빛이 나게 하면 신맛이 난다고 인지합니다."

    ‘어떤 색 음료가 가장 달콤할까?’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에서 벌인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빨간색 음료가 가장 달 것이라고 응답했다.
    ‘어떤 색 음료가 가장 달콤할까?’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에서 벌인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빨간색 음료가 가장 달 것이라고 응답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시끄러운 소음은 풍미를 덜 느끼게 한다. 스펜스 교수는 "기내식이 맛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높은 음조의 음악은 단맛을, 낮은 음조의 음악은 감칠맛과 쓴맛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스펜스 교수는 감자칩을 씹을 때 나는 '바삭' 소리를 인위적으로 크거나 작게 들리도록 하면서 먹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대상자들은 똑같은 감자칩을 먹으면서도 바삭 소리가 클수록 더 신선하고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로 스펜스 교수는 기발한 상상력과 이색적인 발명으로 세상을 즐겁게 한 과학자들에게 주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2008년 받았다.

    스펜스 교수는 보다 건강하게 먹기 위해 뇌를 '속이는' 방법으로 ▲작고 오목한 그릇에 ▲묵직한 식기를 사용해 ▲TV·휴대전화를 끄고 먹으라고 조언했다. 같은 양의 음식이라도 작은 그릇에 담으면 더 많아 보이며 포만감도 더 크다. 납작한 접시보다는 오목한 그릇, 묵직한 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도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TV나 휴대전화를 끄라는 건 음식과 먹는 행위에 집중하란 소리다. "다른 활동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30% 더 섭취하게 됩니다. 오감을 총동원해 음식의 맛·향·질감을 음미하세요. 맛을 즐기면 덜 먹으면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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