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뉴스 저격'] 급할때 빌릴 中 위안화 63조원, 달러보다 '안전판 효과'는 낮아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7.11.08 03:12

    [오늘의 주제: 한국, 美·日과는 통화스와프 연장없이 끝나고… 중국과는 3년 연장, 정말 도움이 될까]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지지 않은 한국, 당시 300억 달러 韓美 통화스와프로 방어
    위안화 국제 거래량, 달러의 4.5% 불과… 통화스와프 연장했다고 위험 줄진 않아
    만약에 대한 대비로 위안화 필요하지만 한국 통화 위상 높여 위기 가능성 줄여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된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3년 연장하는 데 합의하면서 3600억위안(약 63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한중(韓中) 통화스와프가 연장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실제 외환위기 상황에서 정말 유용할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에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인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나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교수는 대부분 국가가 국제 비결제(非決濟) 통화인 자국 화폐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현실을 '원죄(原罪)'라는 용어로 표현하곤 했다. 국제 결제통화를 자국 화폐로 갖지 못한 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외환 부족 사태가 닥칠 때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대외지급을 위한 외환 자금 조달이 긴급할 때 통화스와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서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사태로 악화되지 않은 데는 당시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 사이에 체결된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한미 통화스와프가 주효했던 것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가 갖는 절대적인 지위 때문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부상하고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는 등 위상이 높아졌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는 2016년도 기준 미국 달러의 4.5%에 불과하다. 심지어 국제금융시장에서 둘째 위치인 유로화도 미국 달러 거래량의 35% 수준에 그칠 정도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위치는 압도적이다. 그래서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 보유액에서 64%(2017년 2분기)를 미국 달러가 차지하고 있고, 이는 둘째 비중인 유로화에 비해도 3.2배에 달한다. 위안화는 일부 무역 결제를 할 수는 있지만 금융 결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국제통화로서의 입지가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 규모와 성장에도 아직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가지는 지위는 절대적이며 사실상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이다.

    그렇다면 위기 때 중국에서 위안화를 빌려 달러로 교환하면 어떨까? 현재와 같이 자본 통제가 가능한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달러로 교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서 2016년도 위안화 가치가 7% 정도 하락하자, 중국 당국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 통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와의 교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물론 뉴욕·홍콩·싱가포르 등의 위안화 역외 시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위기 때는 그 가능성이 더욱 제한된다. 또 기예르모 칼보 컬럼비아대 교수나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 등이 지적한 것처럼, 외환위기 때는 지역 '전염 효과'까지 존재해 우리가 위기일 때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동시에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실제 도움을 받는 것이 힘들 수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뿐만 아니라 지금은 종료된 한일 통화스와프도 인접 국가로서의 한계라는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와의 교환 가능성 측면에서는 훨씬 낫다. 예를 들면, 미국은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일본·캐나다·스위스 중앙은행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스와프 한도를 무제한(캐나다는 300억달러)으로 부여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러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국가의 통화라면 달러와의 교환 가능성 측면에서 유사시에 효과가 있다. 결국 위안화같이 직접적인 국제 금융 결제 기능은 충분하지 않으면서 미국 달러화와의 교환 가능성이 낮은 화폐와 통화스와프를 맺었다고 국제 금융 위험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크게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만약에 대한 대비로 나쁠 것은 없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위안화 중심 지역공동체를 만들려는 의도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중국이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데 우리가 매달려 협정을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에 안주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외환 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환율이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해 외환위기 자체가 발생할 여지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표시 자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적격(適格) 거래대상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통화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경제의 현실적 위치를 직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결국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가진 미국과 금융·투자·무역 등 모든 부문에서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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