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평창 개막식, 돈은 돈대로 걱정은 걱정대로…

    입력 : 2017.11.08 03:14

    개막식 날 영하 15~20도 될 수도… 폭설 오고 강풍 불면 행사 차질
    돈 낭비 여론에 '돔' 포기해… 기록으로 남겨 실수 되풀이 않길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개막식이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절반 이상, 혹은 거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리우올림픽이 보여줬다. 브라질이 대통령 탄핵 위기 등 극심한 정치·경제 혼란을 맞은 가운데 열린 리우 올림픽은 경기장 등 거의 모든 준비가 소홀해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삼바와 카니발 등 브라질 특유의 신바람에 평화와 다양성, 그리고 환경이라는 주제를 잘 녹여낸 개막식 덕분에 기사회생했다는 평을 들었다. 런던올림픽의 10%도 안 되는 초(超)저예산으로 고품격 개막식을 만들어내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도 개막 행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과 현재,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담아낸 개막식 공연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수십억명의 눈길이 몰리는 평창 개막식에서 세계 주요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북핵(北核) 위기를 넘어서는 평화의 선언이 이뤄진다면 평창은 올림픽의 이상과 정신을 구현한 대회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정부와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발등의 불은 방한(防寒) 대책이다. 지난 3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인 올림픽 플라자에서는 콘서트를 열고 교통, 문화행사 등 개막식 운영 전반을 최종 점검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5시에 시작해 4시간가량 진행됐다. 영상 4도 안팎 기온이었다. 하지만 초속 8m 바람이 불면서 저녁에는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해발 700m인 평창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여고생을 비롯해 5명이 저체온증을 호소해 119구급대의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심각한 증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평창의 평년 기온은 평균 영하 4.8도에 최저 영하 9.8도다. 개막식이 열리는 2월 9일 오후 8시 무렵 바람이 불 경우 체감 온도는 영하 15도에서 20도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자칫 냉동고(冷凍庫) 개막식이 될 수 있다. 밴쿠버와 소치 등 지난 두 차례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지붕이 있는 돔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4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2017 드림콘서트 인 평창' 행사가 수만 명의 10대 아이돌 그룹 팬들이 지붕도 없는 관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철거를 전제로 지어지면서 예산 절감을 위해 지붕이 설치되지 않아 추위와 비, 눈을 피할 수 없어 장시간 앉아 있는 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뉴시스
    대회 관계자들은 비상대책에 들어갔다. 경기장 주변에 바람을 막아낼 방풍벽을 만들고, 경기장 내에는 대형 걸개그림으로 바람 영향을 줄인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개막 전날부터 입장권 소지자의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날씨 예보와 그에 알맞은 복장을 안내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핫팩과 담요 외에 열조끼를 경기장 내에 비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돈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은 "선수들이 입장하는 40~50분 동안 관객들이 함께 일어나 춤을 추고, 간단한 타악기를 두드리며 추위를 잊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폭설이나 강풍이 불어 개막식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플랜 C'까지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IOC는 "추운 것도 동계올림픽의 일부인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손님을 맞는 입장에서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올해 개막식장에 지붕을 다시 씌우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1년 이상 걸린다는 진단이 나와 접었다. 아주 얇은 한지(韓紙)를 이용해 지붕 대신 씌우자는 아이디어까지 검토했다. 이런 개막식 준비 대소동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개·폐막식장은 평창의 여러 곳과 강릉까지 후보로 거론되며 논란을 거듭하다가 지난해에야 착공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막식 등 나흘 쓰기 위해 돈 낭비를 할 수 없다는 여론에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돔 스타디움' 방안은 쏙 들어갔었다. 이제 와서 보니 '걱정은 걱정대로 되고, 돈은 돈대로 드는' 상황이 됐다. 최근 스포츠 이벤트뿐만 아니라 각종 국책 사업에서도 정치적 논리나 일시적인 여론으로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평창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실수들도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겨놓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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