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 신조' 커플 모자에서 드러난 두 사람의 이상한 관계

    입력 : 2017.11.07 16:29 | 수정 : 2017.11.07 16:29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4차례 식사를 함께 하고 골프 라운딩도 함께 하며 우애를 돈독히 다졌다. 그런데 양국 정상이 골프장에서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커플 모자’를 교환한 장면에 색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일본 도쿄도 오코타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전용 헬기를 타고 이타마 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으로 이동해 아베 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클럽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 하고 흰색 골프 모자에 함께 서명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정면에 ‘도널드와 신조, 동맹을 더 위대하게’(Donald & Shinzo, Make Alliance Even Greater)라는 글이 금실로 자수가 놓여진 흰색 모자였다. 두 사람의 성을 빼고 이름만 쓰는 방법으로 양국의 동맹 관계와 두 정상 간의 친밀함을 강조하려고 했다.

    두 사람은 이 모자의 챙에 또 각각 ‘도널드 트럼프’ ‘아베 신조’라고 친필 사인을 한 뒤 나눠 가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장면에 “두 사람 간 관계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는 “이 ‘커플 모자’ 이벤트가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고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분석하며 모자에 적힌 두 사람의 서명에 주목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두 개의 같은 모자에 각각 서명을 한 뒤 모자를 교환해 한 번 더 서명하고, 자신이 두 번째로 서명한 모자를 가졌다. 두 사람이 모자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에서 각자가 들고 있는 것은 자신이 나중에 서명한 모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서명이 오른쪽 구석에 치우쳐져 있는 모습. 그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모자챙 가운데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AF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모자에 두 번째 서명을 할 때 분명 난감했을 것이다. 먼저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모자챙 가운데에 너무 크게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결국 모자챙 오른쪽 빈 공간에 자신의 이름을 겨우 적은 뒤 그 모자를 들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반대편의 모자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먼저 서명을 하는 모자에 사선 방향으로 적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썼다.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은 빈 공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름을 써 넣으면 두 이름이 ‘V’자 모양을 균형감있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트럼프 손에 있는 모자. 두 사람의 서명 크기가 비슷하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있는 모자는 얼추 ‘V’모양을 이뤘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모자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이름은 마치 모자챙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양으로 겨우 자리잡고 있다.

    WP는 “트럼프는 미묘한 방식으로 누가 대장인지를 계속 보여준다”며 “아베 총리가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직한 조수’(loyal sidekick)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WP는 ‘커플 모자’ 외에도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있었던 ‘19초 악수’ 사건, 이번 방일 기간 기자회견 중 아베 총리를 향한 질문을 가로채 답변하며 미국산 무기 구입을 강요했던 일, 만찬장에서 트럼프가 “아베 총리가 나를 만나려고 얼마나 목을 매던지…”라고한 농담 등을 두 사람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여주는 근거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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