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아베는 트럼프의 충직한 조수… 전략적 노예 상태"

입력 2017.11.07 15:04 | 수정 2017.11.07 15:13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6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가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 골프 라운딩과 4차례의 식사 등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로 돈독한 관계를 쌓으려 했으나 동등한 국가 정상으로 예우받지는 못했다”면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직한 조수(loyal sidekick)’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아베는 가장 꾸준한 구애자였다”면서 3800달러짜리 금도금 골프채를 비롯한 호화 선물, 많은 전화 통화, 트럼프 대통령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 방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WP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은연 중에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아베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손을 세게 잡고 19초 동안 놓아주지 않았던 사건이 그 상징적 예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일방적 구애에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을 ‘소중한 파트너’, ‘중요한 동맹’ 등으로 추켜세우며 화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조수 역할로 한정한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트럼프는 미묘한 방식으로 누가 대장인지를 계속 보여줬다”면서 “이는 (미국과 일본의) 전후 동맹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를 얻고 싶은 아베가 ‘전략적 노예’ 상태에서 기꺼이 치르려고 결심한 비용”이라고 했다.

WP는 이번 순방 기간 중에도 이 같은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원고를 읽을 때 “여러분(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중 하나를 이룩했다”고 말했다가 고개를 들고 “우리 경제만큼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은가(okay)?”라고 즉흥적으로 말했다.

WP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okay’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마치 부모가 어린 아이한테 하는 것처럼 길게 끌었다고 전했다. 이때 통역을 통해 듣고 있던 아베 총리는 겉으로는 웃는 듯했지만 당황한 기색을 잠깐 보이기도 했다.

또 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 대한 질문을 가로채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라고 강요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소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교도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교도통신=연합뉴스

이 같은 일은 골프장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골프 라운딩 전 기념 모자에 각자의 이름을 서명할 때 자신의 이름을 모자챙 가운데에 크게 적어 아베 총리가 구석에 서명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WP의 분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 부부와 만찬을 즐기던 중 외교관들과 참모들 앞에서 아베 총리를 비꼬는 듯한 농담을 한 사실도 전해졌다. 그는 작년 미 대선 직후 아베 총리가 트럼프타워로 자신을 찾아오기 위해 얼마나 목을 맸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참모들이 부적절하다고 했음에도 아베 총리는 ‘안 된다’는 답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안 된다고 말하려고 전화했을 때 그는 벌써 비행기를 탔더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총리가 지나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아시아정책을 담당했던 한 전직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사람을 자주 바꾼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베가 어느 날 아침 트위터에서 자신이 파문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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