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86일 만에 둘로 갈라진 바른정당은 보수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바른정당은 최순실 사태 와중인 지난 1월 '가짜 보수 배격'을 내걸고 출범했다. 당시 여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의원들이 주축이었다. 그들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내세웠고, 한때 박근혜 정권의 무능에 실망한 국민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깨끗하고 따뜻한 신(新)보수는 아무것도 된 것이 없는데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럴듯한 소리들 모두가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일시 모면하기 위한 거짓에 불과했다.
탈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보수 세력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안보 위기 속에서 보수 대통합은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라고도 했지만 그 진짜 속마음은 이번에도 다음 선거의 당선 가능성이다. 국민이 이미 그 속마음을 읽고 있기 때문에 이번 탈당과 복당은 작은 파도 하나 만들지 못할 것이다.
20석에 불과한 바른정당의 분열을 보면서 이념적 정체성이나 뿌리 없이 그때그때 작은 이익에 따라 부유하는 한국 보수 정당의 실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석 정당 하나 제대로 이끌 리더십조차 이들에게는 없다. 바른정당 잔류파 11명도 얼마 안 가 제 살길을 찾아 또 분열할 것이다.
지금 외교·안보, 경제·복지·노동 등 각 분야에서 전개되는 새 정부 정책을 놓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이 걱정은 당파적이지도 편파적이지도 않다. 이 우려들을 건강하게 담아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정당 하나가 없다. 들리는 것은 정쟁과 쇳소리뿐이다. 보수 정치인 중 불출마를 선언하고 개혁에 나선 사람 한 명이 없다. 정말 건강한 신(新)보수가 대의(大義)라면 국민 신뢰 회복과 보수 신세대 육성을 위해 그 쥐꼬리만 한 기득권부터 모두가 다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