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수사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자살했다. 지난달 30일엔 변 검사와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정모 변호사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의 임원도 자살했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댓글 수사 방해 의혹은 2013년 국정원 파견 검사들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국정원 압수 수색에 나선 '댓글 수사팀'을 엉뚱한 사무실로 안내하고,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에게 위증(僞證)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댓글 수사 방해 사건 수사에는 2013년 댓글 수사를 했던 검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다. 검사들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증거는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수사 방해'를 당하고 그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입었다는 당사자들이 4년 시간이 흐른 뒤 자신들과 연관된 일을 다루게 되면 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부터 있었다.
지금 서울중앙지검에선 16개 사건 수사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 투입 검사가 50여명, 부서는 7곳에 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 공소유지 담당까지 치면 과거사 수사·재판에 매달려 있는 검사는 64명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247명)의 4분의 1가량이다. 인력 부족으로 다른 검찰청에서 검사 수십 명을 꾸어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러 혐의로 겹치기 수사를 받는 피의자를 어느 부서가 먼저 수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놓고 회의가 열리기도 한다.
검찰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과거 정권 비리를 들춰내 수사하곤 했다. 그러나 전엔 대검 중수부나 특수부 일부를 동원해 수사하는 수준이었다. 이번엔 수사팀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수사 방향도 전례없이 전전 정권까지를 겨냥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 과제의 제1호를 적폐 수사와 재판으로 설정한 뒤의 일이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화(禍)를 부른다. 이미 그 선을 넘었다.
이른바 적폐 수사 대부분은 현 정권 청와대와 정부 부처별 적폐청산위원회가 자체 조사를 거쳐 검찰에 넘긴 것이다. 위원회들이 앞다퉈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은 물론, 채 사실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들까지 부풀려 공개됐다. 위원회 멤버의 상당수는 친(親)정부, 좌파 성향 민간인들로 채워져 있다. 검찰은 수집된 증거와 드러난 혐의에 대해 수사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증거와 혐의가 편파적인 위원회에 의해 선별(選別)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권력의 충견(忠犬)이 된 검찰은 겉으로는 법치 수호자의 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지만 그 본모습은 결국 다 드러난다.
인터넷 댓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제이길래 이런 비극까지 불러와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전 정권에서도 청와대 하명 수사를 하다 엉뚱한 사람 2명의 자살을 불렀던 검찰이다. 정권이 바뀌자 새 권력의 충견이 돼 또 3명의 자살을 불렀다. 잇단 자살 사태는 불길하기까지 하다. 이 악순환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권력이 영원할 줄 안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게 없다.
입력 2017.11.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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