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훈장이 흔하니 귀한 줄 모르더라

    입력 : 2017.11.06 03:02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수훈자 줄이기로 결정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가 제정된 지 215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매년 3000명에 이를 정도로 이 훈장을 받는 사람이 많아 권위가 실추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부터 수훈자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5일(현지 시각)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레지옹 도뇌르 서훈 대상자를 내년부터 크게 줄이고 공적 심사도 엄격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스타네 대변인은 수훈자 숫자를 내국인 중 민간인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외국인은 25%, 군인은 10%씩 축소할 것이라고 했다.

    레지옹 도뇌르는 나폴레옹이 1802년 무공을 세운 군인을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훈장이다.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프랑스 발전에 공로를 세운 국내외 인사에게 프랑스 대통령 명의로 수여하고 있다. 특별한 공적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사회 저명인사의 명예를 높여주는 성격이 짙다 보니 수훈자가 양산돼 왔다. 매년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마다 500~600명씩 쏟아진다.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하자 대표팀 선수 22명 전원이 이 훈장을 받기도 했다.

    215년간 약 100만명이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으며, 그중 생존자만 9만3000명에 달한다.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한국인도 기업인과 예술인 등을 합쳐 3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수훈자가 많다 보니 레지옹 도뇌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온다. 배우 소피 마르소는 지난해 연간 100명 이상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이 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훈장 받기를 거부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서훈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성추문에 휩싸인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서훈을 지난달 취소한 것이 가장 가까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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