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한명숙, 이석기, 한상균.

[특별사면이란?]

청와대가 성탄절과 연말연시 대규모 특별사면 실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시 청와대는 '대상자를 분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 이후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청와대에 특별사면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성탄절 사면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검토를 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는 지난 7월 광복절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사면 작업에는 최소한 3개월이 필요하다"며 "올해 광복절 특사는 없다"고 했던 청와대 분위기와는 다르다. 사면 대상을 정리하는 법무부 측은 "사면심사위원회는 상시적으로 구성이 돼 있는 상태"라며 "당장 실무적으로 사면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시 여부는 대통령의 결단 사항"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6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 만에 각각 특별사면을 실시한 바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사면 실시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작업의 주무 부서인 민정수석실에서는 "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 소신을 이유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야 정치권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정무수석실에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사면을 실시할 때가 됐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논의해 본 적은 없다"면서도 "민주당 쪽에서 사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많이 들어오고는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도록 사면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서는 "재벌 대기업 총수의 특혜사면을 자제하고 약자를 위한 국민 사면이 돼야 한다"면서 "강정 해군기지, 용산 참사 등 사건에 대해 화합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 대선 후보 시절에도 문 대통령은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사면을 실시한다면 대상은 이른바 '민생 사범' 중심이 되고 기업인 사면도 제한될 전망이다.

쟁점은 정치인에 대한 사면 여부다. 여권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전 의원 같은 경우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선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하다 옥살이를 했던 만큼 당내에서 억울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각종 단체들의 '촛불 청구서'를 청와대가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이다. 지난 6월 발족한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8·15 특별사면을 요구했던 것에 이어 2일에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시위를 갖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양심수 석방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9월 여야 대표 간담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 한 전 위원장과 이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 거부감이 큰 상황이라 청와대는 여야 협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