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설명회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학교 모델인 자사고란?]

[어학 영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외고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입 시험을 치르는 2019학년도(내년 12월)부터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입시를 치르게 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의 첫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2019학년도 고입 신입생 모집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전기 모집에서 후기 모집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일 입법 예고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 박탈'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재 중3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까지는 신입생 선발이 전기와 후기로 나눠 실시된다. 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마이스터고 등은 8~12월(전기)에 신입생을 먼저 뽑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후기)까지 일반고 입시가 진행되는 식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자사고·외고에 떨어지더라도 겨울에 다시 일반고 입시에 응시하면 된다. 그러나 새 개정안은 내년 12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입시를 실시하도록 했다. 수험생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1개교에 지원하거나 일반고 진학을 선택해야 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은 미달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추가 모집에 재(再)지원하거나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일반고에 임의 배정된다. 통학 거리가 멀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교에 다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외고 경쟁률은 떨어지고, 풍선 효과로 강남의 명문 일반고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상위권 학생들이 위험 부담이 있는 자사고·외고 대신 '강남 8학군 명문고'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민철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자사고·외고의 우수 학생 선점이 사라지면 일반고 침체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를 '고교 체제 개편 로드맵'의 1단계라고 설명했다. 2단계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3단계엔 고교 체제 개편 방향·추진 일정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외고 측은 "사실상 폐지 절차"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연합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정부가 자사고·외고에 지원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중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폐지라는 말만 꺼내지 않았을 뿐 자사고·외고를 말려 죽이겠다는 전략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고입 동시 실시를 처음 적용받는 중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 사이에선 "항상 우리만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현재 중2들은 지난 8월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되면서 2022학년도 개편 예정인 수능을 보는 첫 세대일 공산도 크다. 중2 자녀를 둔 이모(48)씨는 "아이가 자사고를 염두에 두고 내신 성적을 관리하는 등 준비해 왔는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