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폭력성 고발… 발레로 다시 태어난 카르멘

    입력 : 2017.11.03 03:01

    스페인 국립무용단 '카르멘' 안무 맡은 요한 잉예르

    요한 잉예르
    "스페인이 배경인 '카르멘'은 매혹적인 미모로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femme fa tale)의 전형으로 꼽힙니다. 저는 남녀 치정극보다는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가정 폭력에 더 중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대물림되는 폭력을 고발하고 예술로 감화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카르멘' 안무를 맡은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예르(Inger·50·사진)는 "세계적인 명작에 대한 도전이라 부담감이 컸다"며 "통속극 같은 뻔한 구조보다는 원작을 근본부터 새롭게 보는 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잉예르는 원작에는 없는 '소년'을 등장시켜 사건의 '목격자'로 만들었다. 비극성을 강조하면서도 순수성이 파괴되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조르주 비제의 걸작 오페라 '카르멘'은 프랑스의 역사학자 겸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쓴 원작(1845)을 순화시켜 놓은 버전이죠. 저는 원작을 최대한 파고들면서도 카르멘에 대한 질투로 파멸해가는 돈 호세의 심리와 행동을 더욱 강조했고요." 이 작품으로 그는 지난해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상을 받았다.

    1990년대 네덜란드 댄스시어터를 대표하는 무용수였던 잉예르는 모던발레의 대가 이리 킬리안에게 발탁돼 안무가의 길을 걸었다. 당대 유명 안무가로 꼽히는 오하드 나하린, 윌리엄 포사이드, 피나 바우슈 등과 작업하며 입지를 다졌다. "'극무용'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무용수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개성을 온전히 파악해야 했죠. 극작가, 무용가들과 설전을 벌일 정도로 밤새워 토론해가며 철저하게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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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국립무용단의‘카르멘’은‘폭력’이 재생산되는 사회문제를 짚어준다. /LG아트센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등장인물들의 집착과 육욕(肉慾)을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남자 무용수들의 단련된 근육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성적(性的) 행위를 암시하는 듯한 동작은 정열을 뛰어넘어 힘이 넘친다. 발랄한 1막과 음울한 2막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극의 호흡을 조절한다. 무용수들의 동작이 반사돼 비치는 삼각형의 '프리즘' 무대를 이용해 '만화경'을 보는 듯한 영상미도 도드라진다.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의 '카르멘 모음곡'을 기반으로 돈 호세가 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지 음악으로도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가정이든, 학교든 곳곳에서 자라는 폭력의 씨앗을 간과하다 보면 희생자를 양산하는 비극이 되풀이됩니다. 무용극에 등장하는 소년의 순수함이 관객 모두의 마음속에 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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