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형의 탐식탐독] 켄로의 '음식우파 음식좌파'

  • 한은형 소설가

    입력 : 2017.11.03 03:01

    [한은형의 탐식탐독] 켄로의 '음식우파 음식좌파'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브리야사바랭이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말해주겠다'고 말하는 책을 읽었다. '음식 우파 음식 좌파'라는 책이다.

    쿠어스 맥주로부터 시작하자. 미국에는 '쿠어스 비어 피플'이라는 말이 있다. 쿠어스(Coors) 맥주를 마시며 TV로 미식축구를 보는 미국인이란 뜻. '중서부 농촌 거주'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 '공화당 지지자'도 이들을 상징하는 코드다. 이들이 '음식 우파'다. 반대에는 '스타벅스 피플'이 있다. 1달러로 커피를 살 수 있는 시대에 3·4달러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애플 제품을 쓰고 뉴욕타임스를 읽는 도시 리버럴. 이들이 '음식 좌파'다. 정리하자면 이런 거다. 쿠어스 피플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스타벅스 피플은 샌더스를 지지한다.

    이전에도 먹고사는 것과 정치 성향을 연결시킨 말이 있었다. 영국의 '샴페인 좌파', 프랑스의 '캐비아 좌파', 독일의 '토스카나 프락치온(토스카나로 휴가 가는 좌파)'. 모두 경제 능력이 있으나 진보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리키는(동시에 야유하는) 말이다. '음식 좌파'는 맥락이 좀 다르다. 소위 '스타벅스 피플'이 추구하는 것은 '고급 음식'이 아니라 '건강 지향' 음식이다. 이들의 정치적 발언은 이것이다.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되는 음식에 반대한다!'

    [한은형의 탐식탐독] 켄로의 '음식우파 음식좌파'

    남의 이야기 같나? 우리는 얼마 전 달걀 파동을 겪었고, 이건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달걀만은 좋은 걸 먹자며 유기농 매장이 열기 전부터 줄을 선다.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방사능, 원전, 미국산 쇠고기는 삶을 위협했으며, 이 위협을 느끼는 민감도에 따라 사람들은 입장을 달리했다. 사회는 시끄러워졌고, 분열됐다. 이게 바로 정치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정치란 적과 우리 편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마시는 여자를 조롱하는 남자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거다.

    나는 한살림과 자연드림, 하나로마트, 이마트, 백화점 수퍼와 인터넷 사이트에서 장을 보는데 유기농을 조롱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베를린에 잠시 살 때 만난 고학력자에 고소득자인 K는 '비오(유기농)-거짓말'이라는 말로 나를 놀렸다.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스타벅스'를 마시고 저녁에는 '쿠어스'를 마시는 분열된 사람일 뿐.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