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경험이 내 영감의 원천"

    입력 : 2017.11.02 03:02

    세계적 아트디렉터 람단 투아미
    佛 문호 발자크 소설 속 화장품 브랜드로 만들어 인기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어요. 그냥 하세요! 자신을 가지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길은 열리죠. 저 같은 노숙자 출신도 지금 이렇게 내 브랜드를 갖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어울리고 있잖아요?" 모로코 출신 프랑스의 유명 아트 디렉터 람단 투아미(Touhami·43)는 말끝마다 "일단 시도하고 보라"는 주문을 했다. 인터뷰 중에도 스케치를 하고 음악에 맞춰 지휘하는 몸짓을 하더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노트에 뭔가를 끼적였다.

    패션을 전공한 적 없지만 열다섯 살 때부터 의상을 제작했다. 노숙자 신세가 된 뒤엔 거리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스케이트보드 아티스트가 됐다. 몇 년 전 17세기 프랑스 왕실에서 쓰던 향수를 복원한 '시흐 트루동'으로 인기를 끈 데 이어 발자크의 소설 '세자르 비로토'에 빠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화장품을 재현한 브랜드 '불리 1803'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파리, 뉴욕, 도쿄를 비롯해 서울에도 매장을 냈다. 최근 한국 패션 브랜드 LF 헤지스와 손잡고 협업한 '헤지스×람단 투아미'를 프랑스 현지에서 선보인 그는 행동력이 샘솟는 원천에 대해 '혁명적 기질' '즐거움 추구' '아름다운 이들과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열아홉에 부푼 꿈을 안고 툴루즈에서 파리로 상경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강도를 당했어요. 공공화장실에서 씻으며 공원에서 잠을 잤어요. 그럼에도 파리의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다워 보였지요.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살아 있다는 걸 찬양하게 된답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쇼핑 지구인 ‘마레’에 위치한 람단 투아미의 ‘헤지스X람단 투아미’ 팝업 스토어에서 투아미가 익살스럽게 자신이 디자인한 옷 뒤에서 포즈를 취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쇼핑 지구인 ‘마레’에 위치한 람단 투아미의 ‘헤지스X람단 투아미’ 팝업 스토어에서 투아미가 익살스럽게 자신이 디자인한 옷 뒤에서 포즈를 취했다. /LF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스케이트보드에 빠져 보드 마니아를 위한 제품들을 디자인해주면서 밑바닥부터 인기를 다졌다. 당시 어울렸던 친구들이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 디자이너가 된 제러미 스콧, 마크 제이컵스 등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한숨부터 쉬는 경우를 자주 봐요. 누구에게나 미래는 예정된 게 아니잖아요. 남들과 비교하고 재다 보면 박탈감과 불안감은 더 커져요. 후회라는 열차에 기를 쓰고 탑승하는 꼴이지요. 일단 해보고, 시작했으면 열정을 바쳐 빠져드는 겁니다."

    창의성의 원천은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씩 듣는 음악'이라 꼽았다. 재즈, 클래식 가리지 않는다.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은 금물이다. "휴대폰과 거리를 둘수록 생각의 창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휴대전화가 쏟아내는 여과 없는 이미지와 정보에 너무나 많이 종속돼 있어요! 천연 치료제인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세요. 어느 틈엔가 뭔가를 하고 싶어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을 거예요."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