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업계는 요즘 KT와 페이스북 간 거짓말 논란으로 떠들썩합니다. 황창규 KT 회장과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相反)된 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페이스북 한국 서버에 접속 못 하게) 경로 변경해달라는 KT의 요청이 있었다”는 발언입니다. 페이스북은 작년 말과 올 2월 각각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가입자가 페이스북 앱을 이용할 때 서울이 아닌 홍콩 등 해외 서버에 접속하게 조치했는데 KT의 요청 때문이었다는 증언입니다. 당시 SK는 자사 가입자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느려질 것을 우려해 한국~홍콩 간 해저케이블선을 수십억원에 임대하는 등 비상이 걸렸습니다. 페이스북은 국내 서버를 KT의 목동데이터센터 한 곳에만 두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30일 종합국감에서도 “KT가 여러 요청 중 하나로 그런 안을 제시한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날 국감 증인석에 앉았던 KT 황 회장이 “접속경로 변경은 순수하게 페이스북의 권한”이라며 “KT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반박했습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은 국감이 시작됐던 13일, 슬그머니 SK·LG 가입자들의 국내 서버 접속을 가능하도록 원상 복귀했습니다. 자사 임원이 국감에 불려 나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사실 진위는 페이스북이 ‘KT가 요청했다’는 이메일을 공개하면 명확해집니다. 한국 서버와 관련한 협의는 KT와 미국 페이스북 본사 간 이메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조 대표와 박 부사장이 이 건과 관련한 내부 보고서를 읽고 국회에서 답변한 걸로 안다”며 “이메일 공개는 개인 정보 노출 등의 문제가 있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페이스북이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떳떳하게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느닷없이 접속 속도가 느려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