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식당서 쌀국수만 찾으세요?

    입력 : 2017.11.01 03:02

    까다로운 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비벼먹는 베트남 쌀국수 '분짜'
    이탈리아 전통 디저트 '카놀리'… 본토 맛 살리는 음식점 점차 늘어

    비벼 먹는 쌀국수 '분짜', 시칠리아식 주먹밥 '아란치니'를 들어보셨는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 음식으로 꼽히는 베트남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이 진화하고 있다. 본토 맛 살리기와 고급화 전략으로 한국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

    생면 쌀국수, 비벼 먹는 쌀국수

    점심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은 정오가 지나도록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9월 광화문에 문을 연 베트남 음식점 '분짜라붐'. '반포6(식스)'와 '누들스테이션'도 손님들로 북적댔다. 광화문에는 한 달여 사이 베트남 음식점이 3곳이나 문 열었고, 쌀국수 맛집으로 이름난 '에머이'도 개업 준비가 한창이다.

    베트남 음식점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걸까. '에머이'는 2015년 서울 종각역 근처에 1호점을 연 뒤 110개가 넘는 가맹점을 늘렸다. 지난 4월 이태원에서 시작한 '분짜라붐'은 9호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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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음식점의 인기 있는 메뉴들. ①쌀국수를 불에 구운 고기, 완자, 채소에 비벼 먹는 분짜 ②소고기·사골 육수에 생면을 만 쌀국수 ③돼지고기, 버섯 등을 쌀 종이로 말아 튀긴 넴 ④공심채(모닝글로리) 볶음 ⑤베트남 액젓 느억맘으로 맛을 낸 볶음밥. /분짜라붐

    1베트남 식당이 처음 소개된 건 1990년대 말이다. 1998년 베트남 음식점 '포호아'가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열었다. 대부분 미국에서 들어온 프랜차이즈라 미국인 입맛에 맞춘 쌀국수를 냈다. 최근 등장한 2세대 베트남 식당들은 본토·정통의 맛을 강조한다. 에머이는 기존 식당에서 사용하는 건(乾)쌀국수 대신 매장에서 직접 만든 생(生)쌀국수를 쓴다. 에머이 권영황 이사는 "베트남에선 직접 국수를 만들거나 인근 전문점에서 생면을 하루 2~3차례 받아다 쓰는 걸 보고 그대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맛도 단순히 '베트남식'이 아닌 특정 지역으로 세분화했다. 쌀국수가 탄생·발전한 수도 '하노이식(式)'을 표방하는 곳이 많다. 분짜라붐에서는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분짜'를 내세웠다. 분짜는 쌀국수에 불에 구운 고기와 각종 채소, 소스, 라임즙 등을 섞어 먹는 일종의 비빔면. 분짜라붐 이우주 팀장은 "하노이 현지에선 분짜를 더 많이 먹는 걸 보고 문패에 분짜를 내세웠다"고 했다. 2세대 베트남 식당의 쌀국수는 9000~1만3000원대. 초저가 프랜차이즈 식당의 3900원짜리 쌀국수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시칠리아 향토 식당, 라자냐 전문점

    서울 상수동 '츄리츄리'는 시칠리아 음식을 표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츄리(ciuri)는 '꽃'을 뜻하는 시칠리아 방언. 시칠리아 출신 주방장 필리파 피오렌자(Fiorenza)가 일반 이탈리아 식당에서 맛보기 힘든 향토 요리를 선보인다. 토마토소스, 치즈,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뭉친 주먹밥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아란치니(arancini)', 바삭한 원통형 페이스트리에 리코타치즈 등을 채운 디저트 '카놀리(cannoli)', 두툼한 빵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뿌려 구워낸 '스핀초네(sfincione)' 피자가 대표적이다.

    시칠리아 음식점‘츄리츄리’의 카놀리(왼쪽)와 아란치니.
    시칠리아 음식점‘츄리츄리’의 카놀리(왼쪽)와 아란치니. /김성윤 기자
    지난 9월 문 연 서교동 '카밀로 라자네리아'는 라자냐(lasagna) 전문 식당이다. 크고 넓적한 파스타에 리코타 치즈, 토마토소스, 고기, 채소 등을 채워가며 여러 겹 쌓아 오븐에 구워내는 라자냐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州)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이탈리아 가정에서 흔히 먹는 대중적 파스타. 신당동 버티고개 '브레라'는 셰프 사비노 스게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방·서비스 직원이 이탈리아인이다. 특정 지역 음식은 아니지만 뇨키(감자로 만드는 파스타), 모차렐라 인 카로차(두 장의 식빵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튀긴 샌드위치) 등 이탈리아 가정식을 낸다.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인복씨는 "한국인은 '오리지널' '정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베트남·이탈리아 음식도 본토 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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