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경쟁력 잃은 한국, 호봉제 개편해야 고용 늘 것"

    입력 : 2017.10.31 03:03

    [美·日 노동 전문가 대담]

    - 이시다 도시샤大 교수
    "일본, 60년대 직능급 전환 성공… 한국은 노조 반발로 개편 실패"

    - 거하트 위스콘신大 교수
    "생산성 낮은데 오래 일했다고 고임금 주면 기업 살아남지 못해"

    정부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확정한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금 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급 임금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7곳(71.8%)은 임금 체계에 호봉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방한한 배리 거하트(Gerhart)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와 이시다 미쓰오(石田光男)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과 본지가 마련한 대담에서 한국 노동 개혁의 과제로 임금 체계 개편을 꼽았다.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를 깨야 신규 고용과 이직(離職)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거하트 교수는 인적 자원 관리 분야, 이시다 교수는 자동차산업 노사 관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배리 거하트 교수와 이시다 미쓰오(오른쪽) 교수가 최근 한국의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배리 거하트 교수와 이시다 미쓰오(오른쪽) 교수가 최근 한국의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기업에선 고령화, 저성장 국면에서 연공급(호봉제)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이시다: 고령화로 정년이 연장되는데 성장은 정체된다면 기업 입장에선 임금 체계 개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1960년대 시작해 연공급을 직능급(職能給)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노조가 인사고과에 따른 임금에 강력 반발했다. 적대적 노사 관계로 연공급 임금 개편에 실패한 것이다. 연공급을 직능급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 직무급(職務給)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거하트: 경쟁 시장이 존재하는 한 임금은 생산성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이 낮은데 근속 연수가 길다고 고임금을 준다면 그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연공서열 임금에 대한 젊은 노동자들 불만이 많다.

    거하트: 연공급 임금에 해고는 어렵다면 기업 입장에선 신규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인건비처럼 경쟁 우위를 잃은 요소도 있다.

    이시다: 일본에선 직무에 대한 개념 정의를 명확하게 하지 못해 직무급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대신 직능급을 정착시켰고 여기에 조직 내 역할을 더해 역할급으로 진화시켰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연공급 중심에 성과급을 더하는 식으로 가는 것 같다.

    ―새 정부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강조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 중이다.

    이시다: 한국처럼 연공급이 강한 국가에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직무급 전환이다. 아베 일본 총리도 같은 원칙을 내세우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20% 이상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다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다 바꾸는 건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변화하는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하트: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기사처럼 임시직 근로자가 '긱 워커(gig worker·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로 불리며 뜨고 있다(최근 CNN은 긱 워커가 미국 노동시장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 그만큼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동일 노동, 동일 임금 개념이 생소하다. '동일'보다는 '형평'을 강조한다.

    ☞직능급 업무 숙련도와 역량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

    ☞직무급 나이·성별·학력 등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주는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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