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체 나섰다

    입력 : 2017.10.30 03:50

    자치의회 각료·경찰청장 해임, 이번주 중 반역죄로 기소할 듯
    자치정부 "민주적 저항" 나섰지만 독립파 지지율, 반대파에 밀려
    경제 휘청이고 세계 여론도 불리

    스페인 중앙정부가 분리 독립을 선언한 카탈루냐에 대해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들에게 '민주적 저항'을 촉구했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스페인 정부가 지난 27일 상원을 통과한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카탈루냐에 대한 직접 통치에 들어갔다고 영국 BBC 등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자치권 박탈안에서 "스페인 정부 수반이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게 부여된 역할과 권한을 맡는다"고 밝혔다. 또 분리 독립을 추진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자들을 해임하고, 자치의회를 해산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를 따르지 않는 자치정부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지역 정당 국민당의 사비에르 가르시아 알비올 대표가 29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독립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모습.
    ‘독립 찬반’ 엇갈리는 카탈루냐 -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지역 정당 국민당의 사비에르 가르시아 알비올 대표가 29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독립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 27일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 선포안을 가결한 직후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 자치정부 수반 등 각료 전원과 자치경찰청장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이들이 반역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전한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이들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카탈루냐 자치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는 오는 12월 21일에 열린다. 그때까지 카탈루냐 통치는 소라야 사엔스 데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가 맡는다. 자치경찰청장은 후안 이그나시오 조이도 스페인 내무부 장관이 겸한다.

    카탈루냐는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푸이그데몬트 수반은 28일 오후 스페인 라 섹스타 TV 채널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민주 사회에서 (자치)정부 각료를 선출하고 해임하는 것은 오직 의회의 권한"이라며 "카탈루냐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이그데몬트가 자신에 대한 (중앙정부의) 해임 조치를 무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라며 "사실상 카탈루냐에는 두 개의 정부가 공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푸이그데몬트는 구체적인 저항 계획과 방식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독립 지지자는 그에게 실망하고 '민주적 저항'이 뜻하는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실제 여론도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에 따르면 지난 23~26일 카탈루냐 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립 찬성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42.5%로, 독립에 반대하는 정당 지지율 43.4%보다 낮았다. 여론조사 기관 시그마도스는 "지금 추세대로 12월 조기 선거가 시행되면 자치의회 135석 중 독립파가 차지할 의석은 절반 이하인 65석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탈루냐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1일 독립 찬반 주민 투표 이후 1700여 개 기업이 카탈루냐 밖으로 회사를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지난 27일에는 이 지역 1·2위 은행인 카익사방크와 방코데사바델의 주가가 각각 5%와 6%씩 떨어졌다. 관광객도 줄면서 이달 카탈루냐행 항공기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감소했다.

    세계 여론도 카탈루냐에 등을 돌렸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일부"라고 했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스페인은 우리의 유일한 대화 상대"라고 했다.

    스페인 정부는 유리한 상황을 인식한 듯 푸이그데몬트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모양새다. 이니고 멘데스 드비고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푸이그데몬트가 비록 해임됐지만 정치에 계속 참여할 권리가 있다"면서 "그가 조기 선거에 참여한다면 (스페인 정부에) 민주적으로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의 엔리크 미요 카탈루냐 파견관도 "자치정부 관료 교체는 최소한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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