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이 쓴 '가을 드라마'… 칸다, 대회신기록 세우며 2연패

    입력 : 2017.10.30 03:05

    [71회 춘천마라톤]

    2시간06분15초… "춘천마라톤은 아름답고 도전적 코스"
    감자 캐던 농부… 27세때 시작
    "마라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내년에도 춘천 기록 경신 도전"

    ‘감자 캐던 농부’ 출신의 마라토너 로코베 칸다(34·케냐)가 71회를 맞은 춘천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마의 7분 벽’을 넘어섰다. 칸다는 레이스를 마치고 물과 음식을 모두 게워낼 정도로 혼신의 질주를 했다.
    ‘감자 캐던 농부’ 출신의 마라토너 로코베 칸다(34·케냐)가 71회를 맞은 춘천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마의 7분 벽’을 넘어섰다. 칸다는 레이스를 마치고 물과 음식을 모두 게워낼 정도로 혼신의 질주를 했다. /주완중 기자
    2017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조선일보·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 코스 레코드가 나왔다. 춘천마라톤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은 마라톤 강국 케냐의 루카 로코베 칸다(34)다. 그는 29일 춘천 의암호 국제 공인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2011년 스탠리 키플레팅 비요트(2시간07분03초)가 세운 대회 기록을 48초나 단축하며 2시간06분15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춘천마라톤은 언덕과 곡선 주로가 많아 지금까지 2시간7분 이내로 들어온 선수가 없었다. '마의 7분 벽'이라 불렸던 이 한계를 칸다가 처음으로 넘은 것이다.

    칸다는 레이스를 마치고 선수 대기실로 돌아와 경기 도중 먹었던 물과 음식을 모두 게워냈다. 25㎞ 근처 구간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외로운 레이스'를 펼쳤고, 40㎞ 구간 지점부턴 팔을 더 높이 치켜들고 보폭을 넓히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칸다는 "우승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고, 올해는 기록을 깨기 위해 욕심을 내봤다"고 했다. 칸다의 매니저 후안 페드로 피네다(스페인)는 "저렇게 토할 정도로 뛰었다는 건 칸다가 이번 대회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작년 파리마라톤에서 2시간07분20초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우승한 칸다는 이번 대회에서 그마저도 넉넉히 갈아치웠다.

    칸다는 '감자 캐던 농부' 출신이다. 케냐 서부의 이튼이 고향인 그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감자 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부업으로 소와 양을 키웠다고 한다. 평소 물을 뜨러 가는 길에 수킬로미터를 지치지 않고 뛰는 그를 보고 가족이 '달리기에 재능이 있으니 마라톤 선수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칸다는 '마라톤을 위해 태어난 민족'이라는 별명을 가진 케냐 칼렌진 부족 출신이다. 폴 터갓 등 수많은 마라톤 스타를 배출한 칼렌진족은 해발 고도 2000m에서 나고 자라 강한 심폐 기능을 타고났다. 다리도 길고 가늘어 마라톤에 최적화돼 있다고 한다. 칸다의 다리도 유독 가늘고 길었다.

    춘천마라톤은 대한민국의 가을을 가슴에 담는 행사가 됐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풍을 벗 삼아 의암호 순환 코스를 뛸 수 있는 건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마라톤 참가자들의 행복이다.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를 달리기 위해 2만4200명이 몰려들었다. 71회 대회를 맞은 올해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통과하는 모습.
    춘천마라톤은 대한민국의 가을을 가슴에 담는 행사가 됐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풍을 벗 삼아 의암호 순환 코스를 뛸 수 있는 건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마라톤 참가자들의 행복이다.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를 달리기 위해 2만4200명이 몰려들었다. 71회 대회를 맞은 올해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통과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2010년 칸다는 27세라는 늦은 나이에 마라톤 선수가 되기 위한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제 대회에 참가한 것은 2013년이 처음이다. 그는 작년 춘천마라톤에서 후반부에 체력이 달려 2시간07분21초의 기록에 만족했다. 칸다는 "춘천마라톤은 아름답고도 도전적인 코스"라며 "올해는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도록 체력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했다.

    칸다의 나이는 34세로 마라토너로선 전성기가 지난 나이다. 칸다는 "나도 내 나이가 많다는 걸 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훈련 또 훈련뿐이다"고 했다. 그는 평일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20㎞를 뛰고, 오후 4시에 다시 10㎞를 뛴다. 토요일엔 40㎞를 뛴다. 일요일은 쉬는데, 이유는 교회 예배에 꼭 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5만달러(약 5600만원)에 기록 경신 상금 3만달러를 추가로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고향 집을 넓히고 땅도 좀 사겠다"고 했다. "마라톤을 한 이후 저한테는 큰 집도 생겼고, 차도 생겼습니다. 마라톤이 저를 부자로 만들어줬죠. 저는 아내와 세 아이를 부양해야 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달릴 겁니다. 내년에도 다시 춘천 기록 경신을 노려보겠습니다."

    케냐의 엘리샤 킵치르치르 로티치(2시간08분58초·케냐)가 2위, 타리쿠 비켈레 베예차(2시간09분33초·에티오피아)가 3위를 차지했다.

    2017 춘천마라톤 순위표
    [키워드정보]
    춘천국제마라톤 케냐의 칸다 대회신기록 우승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