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 사회의 일원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고동치고 경제가 번영하지만, 북쪽에는 국민을 속박하고 자유와 복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폭압적 정권이 이웃 국가들에 파멸을 위협하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판문점을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오늘 DMZ(비무장지대) 방문은 두 코리아 간의 현격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등 뒤로 북한군 초병들의 경계심 가득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이날 새벽 오산 미 공군기지(경기도 평택)에 도착했다. 핵전쟁 때 미군 지휘소로 쓰여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E-4B 전용기를 타고 왔다. 모처에서 주한미군 수뇌부와 면담한 매티스 장관은 블랙호크(UH-60) 헬리콥터를 타고 오전 11시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캠프 보니파스 헬기장에 내렸다. 이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올렛 OP(초소)'에 올라 한·미 지휘관들로부터 북한군 동향을 보고받았다. 올렛 OP는 군사분계선(MDL)과 25m 떨어진 최북단 경계 초소다.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 2012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부통령이 다녀갔다.

올렛 OP 시찰을 마친 두 장관은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성명을 낭독했다. 10여m 뒤가 북측 지역이었다. 북한군 경계병은 당초 4명이었으나 5명이 늘더니 다시 6명이 보충됐다. 송 장관은 "판문점은 6·25전쟁 당시 한·미 해병대가 피 흘려 지켜낸 전쟁터"라며 "오늘 한·미 국방장관이 여기에 온 이유는 한 치의 오차가 없는 한·미의 굳건한 공조 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의 대북 경고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는 낮았지만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핵의 완전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을 현실적 대안으로 설정하려 한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근래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북한 도발에 대해 강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안보 때문에 불안해하는 한국 국민에게도 많은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취임하고 한국을 제일 처음 방문(2월)했는데, 그 이유는 양국 간 동맹이 '신뢰, 신뢰, 신뢰'라는 세 가지 중요한 부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미 동맹은 치열한 전투를 통해 생겨났다. 언제나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저녁 주한미군전우회와 한·미동맹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동맹 만찬' 인사말에서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을 되새기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28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제49차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미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SCM은 양국 국방 당국 간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한·미 군사동맹에 관한 거시적·장기적인 안건을 다룬다. 올해는 문 대통령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전환 문제,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문제 등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이 의제로 다뤄진다. 특히 전작권 전환 후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사) 창설 문제와 관련,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이 이번 SCM에서 확정·승인될지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