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50명)가 권력 구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의견을 좁혔다 한다. 아직 권력 구조 문제에 이견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설사 권력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바꿔야 할 다른 중요한 쟁점들이 합의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자문위는 대통령이 사법부인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명하고 그 사람들이 대법원과 헌재에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해악을 막기 위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내부 호선(互選)제 도입을 주문했다. 감사원도 추천위를 통해 감사위원을 뽑고 그들 중 호선으로 감사원장을 뽑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 인사권도 대통령이 아니라 외부에서 사실상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검찰을 충견(忠犬)으로 부려 상대를 물어뜯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 적폐의 근본 원인이다. 그 실상은 지금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이 악습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을 부릴 수 있는 것은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사권은 결국 대통령 자신에게 독(毒)이 된다.
대통령 권력이 제한되면 필연적으로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제왕적 대통령도 안 되지만 국회는 거의 혐오 대상이다. 이번 개헌을 계기로 국회의원이 불필요하고 과다하게 누리는 특권 전체를 폐지해야 한다. 헌법 사항이 아닌 의원 특권 부분은 개헌에 앞서 국민 앞에 법으로 완전 폐지를 공약해야 한다. 왜 한국 의원이 유럽 선진국 의원보다 더 많은 세비, 과다한 비서진, 쓸데없는 고급 차량, 넓은 사무실을 누려야 하나. 개헌 자문위는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 규정도 삭제했다. 세계적으로 세금으로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지금 각 정당의 관심은 '어떤 권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자신들이 권력을 잡는 데 유리하냐'일 것이다. 벌써 그렇게 하고 있다.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이원집정제냐 싸움을 하다가 대통령 권력 제한과 의원 특권 폐지와 같은 핵심 사안들이 외면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이 눈을 뜨고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