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너 "中 사드 보복으로 한국 13조5000억원 피해"

조선일보
입력 2017.10.27 03:04

["한국 측에서 들었다"… 우리 정부는 공식 추정액 안 밝혀]

전문가 "정부, 관계정상화 합의때 中 경제보복 행태 확실히 짚어야
FTA 서비스 분야 연내 협상과 한국 기업 보호 강화 요구해야"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코리 가드너〈사진〉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은 받아들일 수 없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측으로부터 들은 정보에 의하면 중국의 행동으로 인해 많게는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액을 얼마 정도로 추산하는지 밝히지 않아 왔다. 가드너 위원장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부 기자단을 만나 "중국이 사드 보복과 같은 행동을 북한에 대해 했더라면 (핵·미사일 자금이 유입되는) 북한의 경제를 차단시켰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상황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3조원 피해에도 정부는 WTO 제소 보류

가드너 위원장이 한국 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사드 보복 피해액 13조5000억원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사드 보복 피해 내용이나 액수를 총집계해서 공식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외교부 등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피해 내용을 비롯한 단편적인 정보들만 흩어져 있다. 사드 갈등으로 인한 올해 우리 경제 피해액이 8조5000억원에서 22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되지만, 이는 올해 상반기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추정한 액수에 불과하다.

공식 통계가 없을 뿐, 중국의 교묘한 보복 행태가 한국 경제계에서 중국과 관련된 모든 업종에 광범위한 피해를 줬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26일 산업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한국상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진출 기업의 83%가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9일 '2017~2018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사드 갈등의 여파가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더 큰 보복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것을 꺼려왔다. 지난달 중순 청와대가 사드 보복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공개적으로 포기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계속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내 엇박자도 불거졌다. 산업부는 지난달 13일 '한·중 통상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등 모든 채널을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통상 관계자들은 "WTO 제소에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카드로 들고 있으면 될 일을 굳이 청와대가 나서서 포기했어야 했는지 아쉬운 대목"이라며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관계 회복하더라도 짚을 건 짚어야

현재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사드 문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외교 라인에서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진행 중이니까 어떻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교섭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행태를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사드 보복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내 규제 조치 등에 의해서도 피해를 입어왔다"며 "한·중 관계 정상화를 교섭하는 과정에서 그런 조치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합의된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보충 협상의 연내 개시 등을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도 FTA를 이행하고 중국 내 우리 기업을 위한 투자 보호 규정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사드 배치 전에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면 중국이 '한국은 압박하면 통한다'고 생각할 것을 걱정했듯 관계 개선을 할 때도 우리가 매달리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며 "사드 갈등에서 교훈을 얻어 짚고 넘어갈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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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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