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564조원 투입… 서울 면적 44배 '사막 도시' 세운다

    입력 : 2017.10.26 03:23

    [32세 빈 살만 왕자의 국가대개혁 선언 "강경 이슬람과도 결별"]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고 정부 통제 안받는 첨단 신도시
    脫석유 프로젝트 야심 드러내… IT 거물 손정의 회장도 투자
    빈 살만 "모든 종교에 개방적인 온건 국가로 되돌아갈 것"
    이슬람 근본주의 개혁도 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근본주의 색채가 강하다. 국기(國旗)에 적힌 아랍어 문구는 '알라 외엔 신이 없고, 무함마드(이슬람의 예언자)는 알라의 사도다'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음주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남녀 합석 등도 엄격히 금지된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세자가 이런 나라를 확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24일(현지 시각)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경제포럼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에서 "사우디를 온건하고 개방된 이슬람 국가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왕자 옆자리엔 손정의 회장·라가르드 IMF 총재 -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2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모든 종교와 전통,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인 온건한 이슬람 국가였던 우리의 옛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왕자 옆자리엔 손정의 회장·라가르드 IMF 총재 -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2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모든 종교와 전통,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인 온건한 이슬람 국가였던 우리의 옛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그는 이날 서방 언론과 연쇄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모든 종교에 개방적이고 전 세계에 문호를 여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되돌아간다"며 "그것이 우리의 예전 모습이다. 곧 극단주의를 끝내겠다"고 했다. 그는 1979년 일어난 이란 이슬람 혁명의 여파로 사우디가 강경 이슬람 세력에 휘둘린 지난 30여년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권력 투쟁 끝에 작년 6월 왕세자에 오른 빈 살만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발에도 여성의 자동차 운전 허용과 홍해 연안 관광지 조성 계획 등 파격적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의 이념 토대였던 이슬람 근본주의까지 개혁 대상으로 언급한 것이다.

    현재 사우디 왕정은 사우드 왕가와 이슬람 근본주의 성직자들의 결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사우디 왕권 강화에 도움을 줬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여성 인권 후진국' '테러리스트 양성소' 등의 비판을 받는 계기도 됐다.

    빈 살만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손보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신이 추진해온 '탈(脫)석유 경제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왕세자가 경제개혁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종교 근본주의자와 절연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이날 포럼에서 "사우디 서북부 홍해 연안에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입해 거대 도시 '네옴(Neom ·새로운 미래라는 뜻)'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친 2만6500㎢(서울 44배)의 사막 지역에 첨단 기업 단지와 주거·문화시설 등을 갖춘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설명 도중 양손에 구식 2G폰과 최신 스마트폰을 각각 들어 보인 뒤 "이 둘의 차이가 지금의 사우디와 네옴의 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옴은 중앙 정부 통제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석유가 아닌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빈 살만 왕세자는 밝혔다. 사우디는 '네옴'의 1단계 조성 공사를 2025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네옴의 인터넷 홍보 동영상을 보면 히잡을 벗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여성과 파티 등 서구식 문화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국제도시로 성장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나 카타르 도하 등을 모델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영문 일간지 아랍뉴스는 "네옴은 사회를 온건하게 바꾸고 외국 자본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해 '탈석유 프로젝트'에 성공하겠다는 왕세자의 의지가 집약된 도시"라고 했다. 이날 왕세자의 발표 자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등 경제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해 930억달러(약 104조원) 규모의 기술투자펀드를 출범시킨 손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네옴 개발에 동참해달라는 왕세자 요청을 받고 신도시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강경한 이슬람 성직자들이 여전히 사우디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사우디를 혹독한 인권 탄압국으로 보고 있다"며 "왕세자는 국제사회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라정보]
    사우디, 최첨단 미래도시 '네옴' 만든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