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의 힘 드러내라"…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와 굿바이

조선일보
입력 2017.10.26 03:04

['시황제'의 중국 어디로]

- 안으론
내년 司正기구 국가감찰위 신설, 反부패·사상통제 고삐 더 죌 듯
"중국夢 위한 총동원 체제 구축"

- 밖으론
시진핑 "쓴 열매 삼키지 않겠다"… 국익 걸린 일에 적극 攻勢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절대 권력자의 기반을 닦았다. 25일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7명)은 물론 지도부로 불리는 정치국원(25명)까지 '시자쥔(習家軍·시진핑 군단)'으로 채웠다. 장쩌민·후진타오 시대와 달리 후계자도 지명하지 않았다. 시진핑 집권 2기 5년 동안 '레임덕'이 일찍 닥칠 우려를 없앤 것이다.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박았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생전에 자기 이름을 붙인 '사상'을 당장에 넣은 것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이다.

황제급 권력을 쥔 시진핑의 신(新)시대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 체제, 총동원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대내외 어려움을 뚫고 중화 부흥이란 시대적 과제를 이끌고 나가려면 '체크 앤드 밸런스(견제와 균형)'가 아니라 일인자가 주도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당 대회 기간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해 "공산당 창당(1921년) 100년인 2022년(20차 당 대회)까지 전면 샤오캉(小康·생활이 풍족한 수준) 사회를 만들고, 건국(1949년) 100년인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목표를 위한 실천 키워드로는 개혁과 개방, 의법치국(법치), 사회주의 가치, 국가안보관 등을 거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법치국과 공산당 주도 등을 강조한 것은 반(反)부패와 사상 통제의 고삐를 계속 조여 내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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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30일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열린 중국군 건군 90주년 행사에서 열병식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2050년까지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미국을 추월해 최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시 주석은 내년 초 공직 사정을 총괄하기 위한 '국가감찰위원회'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물러난 시진핑 최측근인 왕치산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감찰위를 맡을 것이란 소문도 있다. 이 같은 공안 기구의 확대는 시진핑 2기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것이다.

당초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개방을 처음 추진할 때 제시한 개념이다. 당시 덩은 공업화·현대화를 통한 선부론(先富論·먼저 부자가 되자)를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는 공부론(共富論·같이 부자가 되자) 개념이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에 "복지 증진은 발전의 근본적 목적" "창조·협조·녹색·개방·공유의 발전을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개혁·개방 40년 동안 누적된 빈부차, 지역차 등의 모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덩샤오핑 버전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시 주석이 추진할 대외 정책도 덩샤오핑 시대와는 상당히 다를 전망이다. 덩이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처음 언급한 것은 1991년 8월이었다. 당시 구소련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놓고 일부 지도자가 "중국도 의견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덩샤오핑은 "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말고(도광양회), 절대로 앞장서지 말 것이며(절부당두·絶不當頭),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하라(유소작위· 有所作爲)"고 지시했다.

반면 시 주석은 2013년 이후 도광양회를 입에 올린 적이 거의 없다. 대신 '분발유위(奮發有爲·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를 자주 쓰고 있다. 뉴쥔(牛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 5년간 대외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도 노선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며 "도광양회가 분발유위로 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영토·주권 등 중국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선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덩샤오핑 시대에 '굿바이'를 선언한 것이다.

시 주석이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방향이 다르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순응하는 단계를 넘어, 중국식 제도와 모델을 밀어붙여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미국을 추월해 최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인물정보]
'분발유위' 시진핑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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