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쇼스타코비치 반주로 소나타 연주한 행운아"

    입력 : 2017.10.26 03:04 | 수정 : 2017.10.26 08:55

    라티 심포니와 내한 공연 한 핀란드 첼로巨匠 아르토 노라스

    아르토 노라스는 “나이 들어도 끝내 이해 안 되는 게 인생이더라”고 말했다.
    아르토 노라스는 “나이 들어도 끝내 이해 안 되는 게 인생이더라”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젊을 땐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줄 알았어요. 내가 연주하면 모든 사람이 감동하고, 사회가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날 받아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나이 들수록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대부분은 '쓸데없이 음악을 왜 해? 건축가나 수리공처럼 쓸모있는 걸 해줘'라고 말한다는 걸 깨닫고 정말 슬펐어요."

    뜻밖의 고백이었다. 지난 23일 서울 반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아르토 노라스(75)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첼리스트 중 한 사람. 핀란드 최고 음악학교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와 프랑스 파리 음악원을 졸업했고, 196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며 '로스트로포비치를 잇는 첼리스트'로 떠올랐다. 유럽에 비해 아시아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발군의 기교를 바탕으로 한 주법, 작곡가의 의도를 해체해 당대의 가치관을 새롭게 불어넣는 해석으로 첼로 연주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과 더불어 핀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손꼽혀왔다.

    그런 그가 허무를 얘기하다니. 노라스는 "음악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일생 그 화두를 곱씹었다"고 했다. "음악가들은 네다섯 살부터 악기를 쥐고, 하루 종일 연습하고, 그 상태로 어른이 돼요." 그러다 보니 음악가는 "에고이스트(자기중심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다행히 난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아주 작지만 음악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고, 또 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음악을 통해 그들도 미처 몰랐던 감정을 일깨우고, 미학적인 만족을 주고, 그러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거란 걸 깨달았죠."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공연. 노라스는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첼로 협주곡 중에서도 난곡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그는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활 놀림으로 힘있게, 리드미컬하게 밀고 나갔다.

    노라스는 1966년 쇼스타코비치가 살아있을 때 그의 첼로 소나타를 함께 연주한 행운아이기도 하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연주가 어떠냐고 물어봐도 '굿(좋아요)!'만 외쳤다. "훗날 지휘자로 성공한 그의 아들 막심에게 '아버지가 당신에겐 뭘 가르쳐줬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너싱(아무것도요)!'이라 말했죠. 아버지가 자신의 엄마에겐 '지휘가 엉망이었어! 바이올린은 끔찍했지'라고 솔직히 말했다며 부엌에서 그걸 듣고 음악을 배웠다고 껄껄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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