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3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넘겨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검찰이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민의 국정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리게 하는 등 중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각종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하고, 최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문건이 악용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좀 더 모시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정치사에 박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번 사건으로 구치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기도 했고 청와대에서 일했던 지난 3년 반에 대해서도 되돌아봤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일주일에 몇 번씩 집에도 가지 못하고 사무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청소하시는 분들 들어오는 소리에 잠을 깨고 했던 나날들과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했다.

이어 “가족과는 일 때문에 거의 시간을 같이하지 못한 미안함이 크고 친구, 지인들과는 혹시라도 작은 구설수라도 생길까 봐 스스로라도 경계하는 차원에서 거의 모든 관계를 끊고 지냈다”며 “공직자들의 그런 노력, 절제, 사명감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저도 공직에 있는 동안 나름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개인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런 노력들이 모두 헛되이 되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도 “문건 유출건에 대해 부인하거나 책임을 피하고자 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운영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보기 위해서 하나하나 직접 챙기시는 대통령님을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관련된 실수들이 있었다.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린다면 대통령님 뜻을 헤아리고 그걸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은 있었을 수 있지만 그것이 특별히 잘못됐다거나 부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대통령이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통치행위의 하나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최순실씨의 행동들과 연계돼서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고,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어쩌겠느냐.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일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며 진술을 마쳤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5일에 열린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 경과에 비춰 함께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된다”며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심리가 어느 정도 돼서 먼저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