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53%… "세종대왕이 지자체장 해도 힘들 것"

입력 2017.10.25 03:18

[다가오는 지방분권시대] [상] 개헌·재정 독립이 답이다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명시… 지자체 명칭, 지방정부로 바꾸고 입법·재정·행정권 보장해야"
국세·지방세 비율 6대4로 조정, 담배 소비세를 지방에 넘겨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지방분권은 이날 거론된 주요 화제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자치 분권이 실효성 있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지방분권은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광역지자체 17곳 단체장 간담회에서도 "내년에 개헌하면서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오는 29일 제5회 지방자치의 날을 앞두고 각 지자체는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 광역시도지사 17명이 참여하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 맞춰 추진할 개헌안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개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정부에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을 보장해 독자적으로 지역 경제 발전 정책을 세울 제도적 기초를 닦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발전 격차를 줄이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면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라는 명칭부터 '지방정부'로 바꾸는 일이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대등한 상대로 협력할 때 실질적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는 지방이 중앙의 종속물이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국회가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정리한 개헌 세부 의제 62건 중 절반 이상에 대해 여야의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분권은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문을 신설하는 정도만 의견 접근이 된 상태다. 김수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현행 헌법엔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둘뿐"이라며 "통일 이후에 남북한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개헌에 지방분권과 관련한 필수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대부분 재정 자립도 50% 미만

지자체들은 지방분권을 위해선 재정 독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는 현재 8대2 정도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 정도로 조정해야 지방 재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유종필 관악구청장(민선 5~6기)은 23일 "설사 세종대왕이 서울에서 구청장을 맡아도 마음먹은 대로 일하기 힘들 것"이라며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 특색을 살린 창의적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17년 53.7%로 5.7%p 떨어졌다. 지자체 243곳 중 215곳(88.4%)의 재정 자립도가 50% 미만이다. 153곳(63%)은 3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열악하다. 지자체들은 세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 소비세를 지방으로 넘겨주고, 부가가치세 중 10%를 추가로 지방세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정부에 힘을 싣는 개헌이 이뤄지면 '주민 밀착형' 행정이 가능해지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힘으로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와중에도 나라가 평온을 유지하고, 민생이 평상시처럼 운영된 것은 주민의 일상을 챙긴 지방정부의 힘"이라면서 "지방자치는 한 정부가 위기에 처해도 국가 전체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된 다원적 국정 운영 체제"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