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잔'으로 세계 제과업계 뒤집은 남자

    입력 : 2017.10.25 03:18

    프랑스 제과巨匠 필립 콘티치니 "코카콜라로도 고급 디저트 가능"

    필립 콘티치니
    '꿈의 제과점(Patisse rie des Reves)'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이 줄 서서 방문하는 파리의 명소다. 프랑스 제과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이곳의 주인 겸 총괄 파티시에인 필립 콘티치니(Conticini·54·사진)도 유명 인사. 제과 업계를 뒤집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여러 차례 내놓았기 때문이다.

    베린(verrine)이 대표적이다. 베린의 프랑스어 원뜻은 '작은 유리잔'. 요즘은 유리잔에 담은 디저트나 음식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베린에 처음 디저트를 담은 이가 콘티치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자신의 디저트를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콘티치니를 만났다.

    "1994년 6~7월쯤이었어요. 형과 함께 운영하던 식당에서 식사 끝에 내놓을 화이트초콜릿 크넬(quenelle·작은 완자 모양 음식)을 준비 중이었죠. 화이트초콜릿, 우유 무스, 크림 등 재료 각각의 맛을 손님이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와인잔이었죠. 화이트초콜릿, 무스, 크림을 잔 바닥에서부터 쌓아올렸어요. 스푼으로 떠 먹어보니, 재료 각각의 맛이 느껴질 뿐 아니라 재료가 어떻게 섞여 크넬이 완성되는지 입안에서 이해할 수 있었죠."

    필립 콘티치니가 창조한 베린. 접시에 수평으로 놓이던 음식을 수직으로 세운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필립 콘티치니가 창조한 베린. 접시에 수평으로 놓이던 음식을 수직으로 세운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이진한 기자

    베린은 납작한 접시에 수평으로만 제공되던 디저트를 수직으로 세운 '혁명'이었다. 그는 "맛이라고 하는 '단어'들이 조합되면서 음식이라고 하는 하나의 '문장'을 완성해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베린은 빠르게 전 세계 제과 업계로 퍼져나갔고, 곧 요리 쪽에서도 사용됐다.

    콘티치니는 "미식은 소수의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코카콜라, 누텔라(빵에 발라 먹는 초콜릿·헤이즐넛 스프레드) 등을 이용한 디저트도 만들었다. 그가 누텔라 요리책을 만들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누텔라 생산 업체인 페레로로쉐가 요리책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거절하려고 어마어마한 가격을 불렀는데도 받아들이더라고요. 이틀 만에 레시피 40여 개를 개발했더니 페레로로쉐 측에서 '(이틀 일한 것 치고) 너무 비싸게 받는 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죠.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당신들은 나의 48시간이 아니라 나의 20년 경험을 샀다. 피카소가 순식간에 작품을 그리지만 거기엔 평생에 걸친 그의 노력과 수련이 담겨 있다'고."

    콘티치니는 요즘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맛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제과 제빵 테크닉이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더욱 정교한 디저트가 속속 등장하죠. 하지만 테크닉과 정교함은 먹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그는 "단순한 듯하지만 맛의 밀도(密度)가 높은 디저트, 맛의 여운이 오래 입안에 남는 디저트를 추구한다"고 했다.

    디저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으로는 "커피·차 대신 맹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커피는 풍미가 너무 강해 디저트를 덮어버려요. 파티시에가 디저트 안에 애써 채워넣은 많은 '표현(맛)'을 가리지요. 물로 입을 씻어가며 디저트를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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