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3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미국 정부가 준비 중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관련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특수 작전이나 예방 선제공격 가능성 등에 대한 CIA 측 설명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IA 브리핑에 참석한 한국당 인사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며 "(내용이) 섬뜩했다"고 전했다. 이날 브리핑은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에서 진행됐다. 워싱턴의 관계자들은 "CIA가 한국 야당 대표를 상대로, 본부에서 브리핑까지 한 건 현재 북한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6·25 참전한 美 노병 손 꼭 잡은 홍준표 - 방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방문해 참전 용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홍 대표 오른쪽은 이주영 한국당 의원.

이날 홍 대표 일행을 만난 주체는 'CIA 코리아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다. 북한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특별조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설립했고, 한국계 앤드루 김이 책임자로 있다. 한국당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브리핑에는 홍 대표와 함께 방미한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이철우 최고위원, 이주영·정진석·염동열·강효상 의원 등도 참석했다.

CIA는 북한 분석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코리아임무센터장이 직접 홍 대표 일행에게 1시간 30분간 한반도 정세와 미 CIA가 검토 중인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고 한다.

강효상 대변인은 CIA 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한국 내 여론을 전달했고, CIA 측은 '우리는 한국 제1 야당 대표의 발언을 주시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를 통해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북 핵·미사일 위협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미국이 어떤 옵션을 갖고 있는지 CIA의 심도 있는 설명을 들었다"며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한국당 방미단은 이날 CIA 브리핑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당 관계자는 "코리아임무센터에는 CIA뿐 아니라 미군, 재무부, FBI(연방수사국) 요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것처럼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수단과 제3의 수단 등 '모든 옵션'을 실제 준비 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CIA 브리핑에선 미국 정부가 그동안 거론해온 북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적 예방 타격의 장단점, 북한 정권 교체 등 특수 작전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지난 19일 한 포럼에서 "김정은이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CIA의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의 한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 6차 핵실험 폭발력 규모가 한국 정보 당국의 평가(50㏏)보다 훨씬 높은 150㏏ 규모로 분석한 것으로 안다"며 "미 트럼프 행정부가 CIA에 코리아임무센터를 출범시키고 하루 유지 비용이 100억원 가까이 드는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해역에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대북(對北) 압박에 나선 것도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