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쪽으로 치우친 親노동, 숨통 막히는 듯한 느낌"

    입력 : 2017.10.25 03:18

    [부메랑 된 親노동정책] [中]

    文정부, 성과연봉제 폐기 등 노동계를 위한 선물 보따리만…
    재계 핵심요구 기간제 근로자는 아예 쓰기 어려운 여건으로 갈듯
    전문가들 "노동시장 개혁 없인 어떤 경제정책 써도 효과 반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자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노동계를 위한 선물만 있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표 정책을 담은 이번 로드맵 가운데 고용노동 관련 내용은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 제한, 특수형태 고용근로(특고) 종사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 노동비용을 상승시키고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친(親)노동정책 일색이었다. 그나마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임금 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한 것이 유일하게 경영계에 유리한 내용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2015년 노사정 대타협에서 노사가 이견을 좁혔던 쟁점 가운데 이번 정부 들어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게 없다"며 "저성장과 취업난 등 경제 위기 상황은 2년 전과 같은데 정부 정책은 한쪽으로만 치닫고 있어 경영계에선 숨통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요구는 폐기 또는 역방향

    본지가 2015년 노사정 합의 주요 쟁점들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과 비교한 결과 거의 모든 사안이 노동계 입장을 수용하는 방향이었다. 2015년 합의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쟁점을 노사정이 집중 논의한 결과물로 꼽힌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당시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자 요구 사안을 제시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식으로 1년 가까이 논의를 진행했다"며 "노사정 합의에서 다룬 쟁점은 지금도 원론적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사안 가운데 핵심은 고용 유연성 확보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계 요구는 지난달 정부가 '양대 지침'을 폐기하면서 당분간 기대 난망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대학원 교수는 "어렵사리 노사가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지난 정부가 과속해 깨뜨린 책임도 있지만, 새 정부가 경영계의 절실한 요구 사항을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 때 경영계가 요구한 기간제 근로 기간(2→4년) 연장은 이번 정부 들어 사용 사유 제한 추진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아예 쓰기 어려운 여건으로 갈 전망이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비롯,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당시 경영계는 청소·경비 등 32개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현 정부는 오히려 불법 파견에 대한 감독 강화 정책으로 가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직접 고용 명령을 내린 것 등이 예로 꼽힌다. 공공 기관 성과연봉제는 지난 6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폐기 상태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로 바꾸는 문제는 아직 정책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노동계 요구는 정책으로 날개 달아

    반면 2015년 노사정 합의 때 노동계가 요구한 사안은 거의 대부분 이번 정부에서 정책으로 실현될 전망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등 형식상 개인 사업자이지만 임금 근로자 성격을 지닌 '특수형태 고용근로(특고) 종사자'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난 17일 "실태 조사를 벌인 뒤 노동 3권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추진된 특고 노동권 보장은 '단체행동권까지 인정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아 주로 노동 2권 중심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다. 이번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동 3권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통상임금의 경우는 2015년 노사정 합의 당시 노사 양측의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졌던 사안이다. 통상임금 범위를 규정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 정부 들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연료라면 노동시장 개혁은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데, 노동시장 구조 개혁 없이 낮은 연비의 엔진으로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 등 어떤 경제 정책을 써도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워드정보]
    재계 "최저임금에 상여금·복리수당 포함돼야"
    [키워드정보]
    통상임금이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