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메밀가루로 좀비를 퇴치하는 법

    입력 : 2017.10.24 03:13

    음모와 가짜뉴스 판치는 시대
    좀비 같은 인터넷 유령은 진실이 뭔지 관심 없다네
    수렁에 빠졌다면 일단 침묵
    상식의 힘 믿고 때를 기다려 단칼에 敵將의 말을 벨지니

    김윤덕 문화부 차장
    김윤덕 문화부 차장
    그렇잖아도 일전에 보낸 메밀이 궁금하여 전화하려던 참이네. 여름내 피땀으로 일군 소출 썩혀 버린 건 아닌지. 메밀 반죽에 배추 잎 살짝 올려 들기름에 부쳐 먹으면 입맛을 제대로 돋울 것인데. 밥때도 아깝다며 생라면 씹고 다니는 자네가 부지런을 떨는지는 모르겠네. 혹여 한 달이고 1년이고 냉동고에 처박아둘 요량이면 나날이 허여버석해지는 자네 피부 위해 쓰라고 일러주려던 참이네. 메밀가루 동전만큼 손바닥에 덜어 물로 갠 다음 얼굴에 대고 박박 문지른 뒤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면 민낯에도 윤기가 번들하단 말이지. 손에 묻은 가루는 털지 말고 손등에 문지르게. 손이 고와야 진짜 미인. 메밀가루를 금가루인 양 받들면 각질, 뾰루지 간데없고 고현정 물광이 오롯이 자네 것이 될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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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산중에서 무념무상 무탈하지. 가을 모기 극성이나 자네가 보내준 전기채를 요긴하게 쓰고 있다네. 밤이면 가슴에 전기채를 부여잡고 이집트 미라처럼 누워 있다가 위잉~윙 모기가 귓전을 어지럽히면 날쌔게 휘둘러 응징을 하네. 타다다닥 불꽃 튈 때의 손맛이 어찌나 짜릿한지. 웬만하면 살생을 피하려 '딱 한 방만 물고 가거라' 내버려두었더니 이튿날 아침 팔다리 성한 데 없이 불화산 돼 있더란 말이지. 자비를 배신으로 갚으면 그 파국 어찌 되는지 보여주려고 요즘 달빛기사단 흉내를 내고 있다네. 사람이 먼저다, 이 미물들아.

    한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내 생일은 춘사월에 지났고,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거늘. 게다가 전화선 타고 흘러온 자네 숨소리에 포효하는 사자의 분노가 서려 있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뭔가. 열두 폭 치마 같은 오지랖에 설마 명절증후군은 아닐 테고.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윗집 남자와 한바탕 드잡이라도 하였는가. 아님 목줄 안 한 시베리안 허스키와 엘리베이터라도 함께 탄 겐가. 그도 아니면 남아도는 세금 처치하려 멀쩡한 하수관 파헤치는 공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된 겐가?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메밀가루로 좀비를 퇴치하는 법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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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敵)이 누구든 화내면 지는 걸세. 언성을 높이는 건 더욱이 금물. 사실을 바로잡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다 졸지에 갑질되고 적폐 된 자 어디 한둘인가. 이른바 좀비라 통칭되는 인터넷 유령들은 진실이 무엇인가엔 관심이 없다네. 일단 사정권에 들어오면 다짜고짜 몰려가 물어뜯고 짓밟는 것으로 분풀이를 할 뿐. 상대가 버스기사든, 교수님이든, 일개 아줌마든 가리는 법 없으니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네.

    운이 나빠 수렁을 헛디뎠다면 일단 침묵! 문해력(文解力) 없는 자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과 싸우면 백전백패라네. 뭉크의 사내처럼 절규하며 항변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겠으나 낮말은 스마트폰이 듣고 밤말은 CCTV가 듣는 시대. 참는 게 능사란 소리는 아니네. 마녀사냥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용서는 해도 잊어선 안 되는 게 있는 법. 그렇다면 전략을 세워야지. 무소불위 청(淸)의 군대에 포위된 남한산성도 구해낼 지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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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一), 기다려라. 길고 장중한 바그너 오페라를 즐긴다는 앙겔라 메르켈은 인내의 달인. 적진에 사사건건 맞서지 않고, 어떤 모욕에도 흔들리지 않다가 때가 되면 감춰둔 발톱을 드러내고 매섭게 하늘을 날아올라 적들을 제압하지.

    이(二), 상식의 힘을 믿게. 운이 좋으면 굳이 자네가 나서지 않아도 의로운 대중이 사실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네. 시간이 걸린다는 게 흠.

    삼(三), 난세지검유별. 난세에 쓰는 칼은 따로 있고, 장수를 쓰러뜨리려면 먼저 그 말(馬)을 노려야 하는 법. 차도살인지계라고, 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적을 무너뜨릴 방법은 의외로 많다네.

    사(四), 오래 살아야지. 노벨상도 장수해야 받는다고, 응징을 하든 아량을 베풀든 끝까지 살아남는 자만이 할 수 있네. 철분 약, 비타민C, 골다공증 약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겠지? 운전 대신 하루 만보를 걷고, 속에 천불이 나도 얼음물은 금물이네. 댓글 보기는 만고의 쥐약. 이 넷을 엄수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맡기면 좀비 떼는 물론 이에 기생하는 양아치들을 일거에 퇴치하고 마침내 승리의 나팔을 불게 되리니!

    그나저나 자네 전화한 용건이 뭐라고 했나? 화딱지 나니 강호를 떠나 홀로 노니는 이 촌부(村婦)가 절절이 그리워진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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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야, 뭘 그리 혼자 웅얼거리쌌노. 여그 지하철이라 내 하나또 안 들린데이. 메밀국수가 좀비를 우찌했다고? 잡아묵었다고? 마, 자세한 건 나중에 카톡으로 하고 용건만 말허께. 올 김장 배추, 포기에 얼마고? 절임 배추도 있나? 유기농이라고 에누리 없이 야박하게 굴면 내 가만 안 있는데이. '산골 적폐'라고 네이바에 고마 확 띄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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