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사진〉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서 "(북한의) 국가 주권을 수호하는 유일한 길은 핵 보유뿐"이라며 "우리는 이라크, 리비아 등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제조 의혹으로 미국의 공격을 받았고, 리비아는 핵 개발 도중 경제제재 해제를 대가로 이를 중단했지만 독재자 카다피는 이후 촉발된 내전 와중에 숨졌다. 강제로든 자발적으로든 핵을 포기했다간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지킬 수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최선희는 전날 회의에서도 "우리의 최종 목적은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도 얘기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우리의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미국과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6자회담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며 "우리 최고영도자는 '불에는 불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북이 '핵을 놓고 협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 존속을 위해선 핵 보유가 필수라는 계산을 했다는 점을 반영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남·북 당국 간 의미 있는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선희는 우리 측 참석자인 이상화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회의장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눴으나, 더 이상의 대화는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