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안 물어요" 개 주인들의 위험한 착각

입력 2017.10.23 03:11

강아지라도 달려들면 무서운데 개 덩치 작다고 목줄 없이 산책
길게 늘어나는 자동 목줄도 많아…
목줄 풀린 중형견에 이웃 사망, 개 주인은 가수 최시원 가족
사고 내고 개 생일파티 사진 올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유명 한식당 대표 김모(53)씨가 목줄이 풀린 프렌치 불도그(동그라미 안)에게 물려 움찔하는 모습. 김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엿새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유명 한식당 대표 김모(53)씨가 목줄이 풀린 프렌치 불도그(동그라미 안)에게 물려 움찔하는 모습. 김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엿새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SBS 캡처

서울의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여·53)씨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개가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30)씨 가족의 반려견이라는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김씨의 유족은 "최씨 가족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며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씨 가족이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개가 김씨를 문 사고 후에도 최씨 가족이 반려견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을 두고 인터넷에 비난 글이 계속 올라온다. 반려견이 사람을 무는 것과 관련해서도 개를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견주 가족 사과에도 비판 잇따라

김씨와 최씨 가족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이다. 지난달 30일 사고 당시 최씨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은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타고 있던 김씨의 정강이를 물었다. 엘리베이터 카메라 영상을 보면 김씨는 움찔했지만 도망가거나 주저앉지는 않았다. 크게 물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엿새 후 패혈증으로 숨졌다. 최씨의 아버지는 21일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에서 "(김씨는) 문이 잠시 열린 틈에 (나간) 가족의 반려견에 물렸다"고 밝혔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였을 경우 견주(犬主)는 형법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돼 2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개를 관리하는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형법상 중과실치사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번에 최씨 가족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려면, '관리 부실→ 개의 공격→ 패혈증 발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밝히기 위해선 부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씨 유족이 부검을 거부했고, 이미 장례를 치른 상태다. 김씨의 유족 측은 "최씨 가족에게 소송이나 배상 요구를 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 측이 경찰 조사를 원치 않아 병사(病死)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김씨가 개에게 물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지난 3일, 최씨의 여동생이 문제의 반려견을 1인칭 시점으로 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 생일파티 사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최씨 가족에 대한 비판은 커졌다. 이 계정에는 과거 '제(반려견)가 사람들을 물기 때문에 주 1회 1시간씩 교육받아요'라는 글도 올라왔었다. 일부 네티즌은 "개를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우 한고은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과 산책을 해보려 해도 사람들이 '개 줄 좀 짧게 잡아라, 개가 사람 죽이는 거 못 봤느냐'고 한다"며 "왜 사람 탓을 안 하고 그 개의 안락사를 논하는지"라는 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일자 삭제했다.

"작은 개도 무섭다"… 목줄은 필수

김씨를 물어 사망하게 한 개는 '프렌치 불도그' 종(種)으로 몸무게 10~13㎏ 정도의 중형견이다. 완전히 자라기 전엔 소형견에 가깝다. 인터넷 포털 백과사전에는 "활달하고 믿음직스러워 아이들의 친구로 좋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이웃을 무는 맹견(猛犬)으로 돌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의 목줄 착용을 '필수 페티켓'으로 본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100% 안전한 개도 없다"는 것이다. 반려견 목줄 착용은 법으로도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반려견은 외출 시 의무적으로 목줄을 착용하도록 돼 있다. 생후 3개월 이상 된 '맹견'은 목줄과 함께 입마개도 해야 한다. 맹견은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이며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로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개 주인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실제 위반 시엔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적발 때 5만원, 2차 땐 7만원, 3차 땐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목줄 착용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작은 개를 보고 피하는 사람에게 "웬 호들갑이냐"며 눈총을 주는 개 주인도 있다. 서울에서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강모(28)씨는 최근까지 야외에서 개의 목줄을 풀어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반려견 중 한 마리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이웃에게 달려드는 일을 겪었다. 강씨는 "안심하고 있다가 생사람 잡을 뻔했다"고 했다.

힘이 센 중·대형견의 경우 목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개가 달리기 시작할 경우 견주가 목줄을 놓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자동 목줄'의 경우 개의 행동반경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목줄이 최대 4~5m까지 늘어나도록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개가 순간적으로 사람 쪽으로 향할 경우 줄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물정보]
드라마 하차 요구로 불똥 튄 '최시원 불도그' 사건
[키워드정보]
반려동물이 할퀴어도 패혈증·파상품 위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