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8일 한 강연에서 북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볼 때 현재로서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핵무기에 생명줄이 달려 있다고 북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보 관련 장관이 이렇게 명시적으로 얘기한 것은 처음이다.
북이 결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상식에 속하는 일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북 정책 기조도 여기에 바탕을 둔 것이다. 햇볕론자들만 대화를 통해 북핵 폐기가 가능할 것처럼 주장해왔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북이 핵을 가질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했던 것은 그렇다 쳐도 10년이나 지나 정권을 잡은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면 나라가 큰일이다. 정책 전체가 허망한 환상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入口), 폐기가 출구(出口)라고 했다. CNN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고 있다"고까지 했다. 북에 적당한 보상책을 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논리다. 북에 군사·적십자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처음으로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도 7월 북이 두 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는 입장을 바꿨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인식이 조 장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160여일이 걸렸다.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우리 정부는 대북 군사조치를 반대한다. 대북 외교적 압박과 경제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북핵이 공인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그 악몽을 막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북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