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충남 아산 현충사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이 갑자기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의원이 김종진 문화재청장에게 "왜 숙종의 현판은 안 보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가 있느냐"며 "저런 게 바로 적폐"라고 했다. 김 청장은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민석 의원은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 드린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에 김 청장은 "(전문가들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박 전 대통령이 1967년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하며 현충사를 새로 지으면서 숙종 현판은 새 현충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구(舊) 현충사에 걸려 있다. 현충사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제강점기(1932년)에 국민 모금 운동까지 해 복원한 구 현충사에 숙종 현판을 두는 것이 의미가 깊다"고 했다. 지금 와서 현판 교체 요구는 '박정희 지우기'를 하려는 목적 외에는 달리 이유를 찾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했고, 한국국제협력단은 내년부터 해외에서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ODA(공적개발원조)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정치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특히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준 것"이라는 여당 의원의 말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정부 고위직의 임무 첫 번째가 '적폐 청산'이라니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발굴하고 지키고 기리는 것이 아니라 적폐 청산을 하는 기관이라니 할 말이 없다. '청장 만들어줬으니 딴소리 말고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것이라면 모욕이다. 김 청장은 9급 지방직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청장이 된 사람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