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역이 가야박물관… 봉화산 능선엔 억새 물결

입력 2017.10.18 03:04

[지리산] 장수

장수 봉화산은 은빛 물결의 억새가 장관이다. 봉화산을 비록한 장수 곳곳에는 고분과 산성, 봉수 등 고대 유적들이 즐비하다.
장수 봉화산은 은빛 물결의 억새가 장관이다. 봉화산을 비록한 장수 곳곳에는 고분과 산성, 봉수 등 고대 유적들이 즐비하다./장수군 제공
전북 장수군 봉화산(烽火山·해발 919.6m)엔 능선부터 산 정상까지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로 물들어 있었다. 햇빛을 머금은 억새들이 부드러운 바람에 은빛 물결을 일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들판 너머에 천왕봉~반야봉~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웅장한 산줄기가 선명해졌다. 수려한 경관을 품은 봉화산 정상엔 가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봉수(烽燧)가 있다. 전북에서 30여년간 가야사를 연구한 곽장근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장수 곳곳에 가야계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240기의 고분과 산성·봉수 등의 유적이 풍부하다"며 "모든 지역이 가야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철의 왕국 '장수 가야'

철 생산이 풍부했던 가야는 철을 기반으로 해운 교역의 길을 열었고 경제·문화적 풍요로움을 얻었다. 장수는 철의 왕국으로 불릴 만큼 제철 유적이 풍부하다. 지난 2015년 장수에서 호남지방 최대 규모의 제철유적이 발견됐다. 제철유적은 장수군 계북면에서 번암면까지 백두대간 40㎞를 따라 60여 개소에 분포하고 있다.

장수 대적골은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백두대간의 고봉(高峰)인 덕유산(1492m)에서 서남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사이에 있는 대적골은 전체길이가 3㎞다. 완만한 평탄대지와 수량이 풍부한 계곡천이 있는 이곳은 주변이 높은 산줄기로 둘러싸여 요새를 이룬다. 철을 녹일 때 사용한 제철로(製鐵爐)와 철광석을 캤던 채석장, 숯가마 등 철제 유적이 풍부하다.

장수 동촌리·삼봉리 일대에 있는 중·대형 고분 240기에서도 철제 유적이 다수 발굴됐다. 고분에선 재갈, 꺾쇠, 철도자(鐵刀子), 철촉(鐵鏃), 대도(大刀), 철도자(鐵刀子), 금제이식(金製耳飾) 등이 나왔다. 목관의 부재인 꺾쇠는 왕실 무덤에서나 발견되는 유물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장수 일대가 가야의 영향권이 아닌 하나의 독립 국가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 규모와 돈을 들인 고분이라면 낮은 단계의 고대 국가를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원 곳곳에 가야의 숨결

평균 해발이 500m가 넘는 장수 고원의 봉우리 곳곳엔 가야시대 산성과 봉수가 산재해 있다. 장수 합미산성(전라북도 기념물 제 75호)은 팔공산(1147.6m)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산성은 협소한 계곡을 감싸는 석성(石城)으로, 둘레는 430m다. 성 내부에는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 등이 있다. 봉화산과 법화산(698m) 사이에 있는 침령산성(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76호)에서도 가야계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장수군을 둘러싼 20여개의 봉수는 장수 가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다. 이들 봉수는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륙 교통로가 잘 보이는 산봉우리에 있다. 산 정상부에 장방형의 토단을 만들고 돌로 쌓은 석성을 한 바퀴 둘러놓은 형태다. 최용득 장수군수는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수 가야의 문화 유산을 관광 자원화 할 계획"이라며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가야 문화유산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하고 가야문화권 시군협의회와 연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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